
“요즘 외교부엔 여성들 많이 들어옵니다” “학생 때 내 첫째 꿈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고, 그 다음은 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마침내 두번째 소원을 풀게 돼 기쁩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교장 전민자) 교단에 섰다. 지난 15일 맞은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2학년 한 학급의 하루교사가 된 것이다. 엷은 푸른빛 넥타이로 ‘젊게’ 차려 입은 반 장관은 여고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에 이따금 함박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반 장관은 “나이 차가 많고 살아온 과정이 달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학급의 급훈이 ‘꿈과 땀’이란 것을 의식한 듯, “여러분 나이에서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의식을 갖고 공부하면 꼭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외교부에 여성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외교관의 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반 장관은 하루 일과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많은 날엔 18개 일정을 소화한다”며 “그러고 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조찬협의를 세 번 정도 하고, 매일같이 10분∼20분씩 쪼개 사람들을 만나고, 밤 10시30분께 귀가해 다음날 일정을 점검한다는 말에 일부 학생들은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독도는 서기 512년부터 우리 땅인데 일제가 가로챈 것”이라며 “일본이 더는 시비를 거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이 강연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오자 수십 명의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어떤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다”며 “유명한 사람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