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도 “그렇게 들쑤시더니…한편의 코미디”
전문가 “MB정부 조급증…국회파행 책임져야”
전문가 “MB정부 조급증…국회파행 책임져야”
이명박 대통령의 ‘자동차 재협상 시사 발언’으로,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놓고 “우리나라 국회가 먼저 비준해야 미국의 재협상 시도를 막을 수 있다”며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던 여권의 기존 논리가 궁색해졌다. 국회에 해머까지 등장하는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며 여야가 ‘고비용의 정치’를 치른 것이 한 편의 ‘허무 개그’가 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새로 들어설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제안하기 전에 국회가 빨리 비준동의안을 의결시켜 재협상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며 에프티에이 조기비준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18일 회의장 문을 걸어잠그고 비준동의안을 여당끼리 단독 상정했다.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야당 의원들이 해머와 전기톱까지 들고 와 싸우며 일대 아수라장이 벌어졌고, 이후 국회 사무처는 야당 인사들을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열흘 뒤인 12월28일엔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을 ‘경제살리기 법안’에 포함시켜 국회의장에 직권상정을 요구해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후 에프티에이 비준안은 이듬해인 지난 4월22일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국회 외통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개월 뒤, 결과적으론 대통령이 먼저 나서 에프티에이의 목줄은 미국이 쥐고 있음을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통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어차피 미국이 에프티에이 비준안을 한동안 묵힐 것을 알았으면서 (한나라당이) 그렇게 들쑤시고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편의 코미디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나라당 외통위원도 “우리는 에프티에이 관련 로비 예산까지 올려주며 조기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세계적 경제 흐름을 무시한 정부의 논리에 국회가 이끌려간 꼴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이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반공 포로 석방처럼, 국가의 안전을 걸고 미국에 압력 놓는 시대냐. 한국이 아무리 에프티에이를 서둘러도 외부 요인 때문에 지체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조급하기만 했다”며 “의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데 대해 국회의장이든 외통위원장이든 대통령이든 누군가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과의 에프티에이 문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처럼 전방위적인 개방이 이뤄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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