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외교

중국, 6자협의 제안 왜?

등록 2010-11-28 19:21수정 2010-11-29 09:29

china
china
한반도 긴장고조 막고 ‘군사→외교’ 국면전환 포석
미 개입 확대땐 동북아 영향력 위협 판단
국제사회 요구 ‘중국 역할론’에 부응 의도도
‘대화 노력’ 과시 효과…한·미·일에 공 넘겨

중국의 28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제의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전격적이다.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 과정에서 의장국인 중국은 늘 관련국 간 물밑 조율을 거쳐 합의에 이른 뒤 회담 날짜를 잡아 발표해왔다. 이런 관행에 비춰 이번 제안 과정과 방식은 사뭇 다르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은 연평도 포격 이전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등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6자회담 재개 논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이날 중국의 제의가 나온 뒤 1시간30여분 만에 부정적인 뜻을 밝히는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공식 발표했다.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과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중국 정부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수석대표 협의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던진 데는 여러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군사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정세의 중심을 ‘군사’에서 ‘외교’로 옮기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연평도 포격과 이에 따른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동북아 지역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상충한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수록 미국의 군사적 개입과 영향력이 증대되고, 이는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되도록 빨리 대화 국면으로 이동하는 게 절실한 셈이다.

둘째,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중국 역할론’을 거론하며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라고 ‘압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외교적으로 적극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안팎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전격적으로 방한한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뒤 귀국하자마자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한국과 미국 등이 ‘현재로선 대화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화를 위해 노력했고 이를 실행할지 말지는 한·미·일 등의 몫임을 강조해 공을 넘기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중국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사태를 해결하자는 ‘중국식 해법’을 다시 강조한 것도 대북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한·미의 태도를 부각시키며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북핵 6자회담 프로세스를 가동하자고 했지만, 한국 정부의 부정적인 태도로 볼 때 당장 6자회담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으로 격앙돼 있는 한국의 여론에 비춰 한국 정부가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중국식 해법을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도 한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강경한 자세에 변화가 없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그간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해왔다”며 “이게 기본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이미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의 복귀나 영변 핵시설의 동결은 말할 나위도 없고, 한·미 양국은 최근 새로 불거진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서도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6자회담 논의보다 앞서야 한다는 정부의 기존 태도도 연평도 포격 이후 더 높은 장애물로 등장했다.

이렇게 볼 때 중국과 한·미가 당분간 제 갈 길을 가는 게 불가피해 보이지만, 중국의 공식 제안을 두고 어찌됐든 관련국 간 물밑 논의는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미국한테 6자회담을 열자고 하니까, 미국이 한국 쪽을 설득해 보라고 했을 수도 있다”며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용인 이제훈 기자,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