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중국 역할’ 놓고 논쟁
신정승 “비핵화 대신 북안정 더 중요히 여기나”
후나바시 “3대세습 북 행태 바꾸려는 행동안해”
아이켄베리 “연평도 포격 묵인, 큰비용 치르게 될 것”
옌쉐퉁 “북
신정승 “비핵화 대신 북안정 더 중요히 여기나”
후나바시 “3대세습 북 행태 바꾸려는 행동안해”
아이켄베리 “연평도 포격 묵인, 큰비용 치르게 될 것”
옌쉐퉁 “북
“후견국인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를 쓰지 않는 것은 문제다.”(존 아이켄베리) “중국의 접근법은 북한에 경제발전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다.”(옌쉐퉁)
29일 제주 서귀포에서 사흘째 계속된 ‘제6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행사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신정승 외교안보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등 4명의 한반도 전문가는 이날 ‘공동 언론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두고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 제주도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행동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나바시 전 주필은 “중국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묻지 않았을뿐더러, 3대 세습에 대해서도 압박 카드를 통해 북한의 행태를 바꾸려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해 관용하는 자세를 취한 데 대해 앞으로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정승 소장은 “중국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압박보다) 북한의 안정을 더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옌쉐퉁 소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특수한 북한 체제를 바꾸려면 리비아 사태처럼 군사적 개입을 하거나 중동처럼 사회혁명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방식 모두 중국의 능력 밖에 있다”며 “점진적인 접근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의 개혁·개방 방안과 관련해서도 “강제적인 방법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강제적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옌 소장의 주장은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자오치정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도 이날 제주포럼 참석 도중 별도로 연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는 북한의 내정 문제로, 중국은 그들의 내정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오 주임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과 동등한) G2(양대 강국)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리비아 내전과 중동 민주화 사태 여파로 체제 보위를 위해 핵을 계속 보유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더욱 강해졌을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후나바시 전 주필은 “김 위원장이 중동 사태를 보면서 핵무기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옌 소장도 “김 위원장이 나토의 리비아 공격에서 많은 시사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옌 소장은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제 안보 때문으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은 북한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미국 역할론’을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법으로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등의 핵이 없어진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니고 사회혁명과 관련국 간 안전보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제주/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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