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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겨레 프리즘] 집단자위권과 한반도 / 박병수

등록 2014-03-02 18:51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추진하는 것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 위협으로 다가오는데 어찌 두 손 놓고 있을 수만 있겠는가. 게다가 미국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우선 힘이 예전만 못하다. 최근 행동을 봐도 일본의 안보 이익이 아니라 ‘중국 달래기’에 더 신경 쓰는 눈치다. 자위대에 계속 족쇄를 채워둘 수 없다는 결론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냥 “이해한다”고 범상히 넘길 수 없는 쓰라린 역사의 기억이 있다. 더욱이 ‘최소한의 자위력만 행사한다’는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은 이미 자위대의 국외 파병 등으로 형해화한 상태이고, 지난해 12월 일본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과 ‘신방위대강’은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위협 등을 빌미로 군사 대국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 범위에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는 한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주권과 관련된 사항은 우리 요청 없이는 결코 행사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집단자위권 추진 자체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현 상황에서 1945년 패전으로 물러간 일본이 한반도에 다시 출병하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집단자위권이 미-일 동맹의 틀에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울한 억측과 우려를 덜어준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역사의 증언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6·25 당시 극비리에 소해정 20척 등을 한반도에 파견한 사례가 있다. 유사시 자위대가 유엔군 일원으로 한반도에 진주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위청의 ‘미쓰야 연구’가 1965년 일본 의회에서 폭로된 적도 있고, 가깝게는 2010년 12월 간 나오토 총리가 “유사시 일본인 구출을 위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논의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래도 유감스럽지만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막을 현실적 방법은 없다. 한국이 반대한다고 그만둘 일본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혼자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미국의 요구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집단자위권에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가 핵심은 아니다. 동북아는 이미 패권 경쟁 양상이고, 집단자위권 문제는 그 한 양태다. 문제는 높아만 가는 동북아 패권 경쟁의 파고를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다. 동북아가 격랑에 휩싸이면 한반도가 전화를 겪곤 했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이다. 10~11세기 거란의 잇따른 침략이나 13세기 몽골과의 30년 전쟁, 17세기 삼전도의 치욕 등은 북방 세력이 중원 왕조와 패권을 겨루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략의 고통은 교조적 사대주의에 빠져 스스로 전략적 운신의 폭을 제한한 데 대한 징벌의 성격이 컸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전략적 운신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진 않나? 사실 남북 분단 자체가 우리의 자유로운 전략적 운신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대북 억지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현실의 무게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남북 관계 양상에 따라 차이도 있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 안보의 대미 의존도가 준다. 그러면 전략적 선택에 좀 여유가 생긴다. 거꾸로 남북 대치가 격화되면 대미 의존이 커지고, 우리의 운신은 극도로 제한된다. 남북 관계가 전략적 운신의 ‘첫 단추’인 셈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시나리오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것도 시사적이다. 남북 갈등이 없으면 자위대가 올 빌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 성사는 그래서 더욱 다행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상봉 정례화 말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좀 더 전향적인 제안이 없는 것은 아쉽다.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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