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 제안에 입장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이후, 당사자인 한-중-일 3국의 반응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이어질 각국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도 3국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3국 외교장관회담”을 언급한 만큼, 장관급 회담의 ‘시기’와 ‘결과물’을 둘러싼 3국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국 회담이 열릴 경우 의장국 순번이 되는 한국은 이번 회담 제안을 계기로 동북아 외교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리즈번 현지 브리핑에서 “가급적 이르면 12월 말을 전후해 3국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다자회의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3국 정상회의가 무산됐던) 작년보다는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회담 개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 제안 직후 미얀마 네피도 현지에서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조기에 열어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14일 “3국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반응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못을 박았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한-중-일 협력을 중시한다”면서도 “일본 쪽이 성의를 보여 실질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일본 정부가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정부의 담화를 계승해야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과거사 문제를 거듭 언급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주 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연계해 온 한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연내에 열리더라도, 3국이 모두 만족하는 타협점이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미얀마 네피도를 떠나 이날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회의에서 제안한 ‘포용적 성장’이 올해 회의에서 핵심 이슈로 논의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브리즈번/석진환 기자, 도쿄 베이징/길윤형 성연철 특파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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