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던 지난 6월9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빈자리가 많은 2층짜리 서울시티투어버스가 한산한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외교부가 최근 독감을 이유로 홍콩 전역에 발령한 ‘여행 경보’에 대해 홍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콩 쪽에서는 한국 쪽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 홍콩 정부가 내린 ‘여행 경보령’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2일 홍콩 정부 당국을 인용해, “‘홍콩의 독감 상황이 한국의 메르스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한국 매체의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지난 9일치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홍콩에서 올 들어 독감이 유행하면서 사망자가 560명 이상 나왔다고 한다. 한국의 메르스 사망자 35명의 16배”라고 전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홍콩에서는 올해 1~3월 홍콩독감 사망자가 437명에 이르를 정도로 극심했지만, 최근에는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 홍콩 현지에서는 독감이 크게 사회문제화되고 있지 않은데, 한국 언론들이 ‘올해 전체 통계’를 인용해 마치 최근 홍콩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이달 들어 홍콩 여행에 대해 ‘남색 경보’(여행 유의) 발령을 내린 것도 감정적 대응 아니냐는 게 홍콩 쪽의 주장이다.
홍콩 정부는 “(독감과 메르스) 두 질병은 잠복기, 증상, 예방법, 치료법 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홍콩관광청 한국지사도 최근 누리집에 게시한 ‘홍콩독감 관련 홍콩 여행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홍콩 현지에서는 독감에 대한 언론 보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고, 홍콩에 있는 지인이나 동료들과 확인해봐도 독감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홍콩독감의 유행 시기가 한국과 다른 탓에 ‘남색 경보’(여행 유의) 발령이 불가피했다고 맞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독감은 1~5월 기간 유행하고 여름철엔 유행이 끝나는 데 반해, 홍콩 독감은 지난 6월에도 사망자가 61명 발생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가장 낮은 단계인 ‘유의’ 경보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색 경보는 가서 조심하라는 의미일뿐 가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 초 홍콩독감이 극심했던 시기에도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던 외교부가 7월 들어서야 갑자기 여행경보령을 내린 것에 대해 홍콩 쪽에서는 메르스 당시 홍콩이 한국 여행경보령을 내린 데 대한 보복성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콩 매체의 최근 보도를 보면, “한국 정부의 조처는 홍콩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무관하게 홍색경보를 발령해 한국 정부를 당혹시킨 지 한 달 만에 나온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또 홍콩의 누리꾼들은 “한국 정부가 홍콩 정부에 보복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지어냈다”, “홍콩 쪽 경보를 철회시키려고 한국 정부가 맞불을 놨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그때(올초)는 우리도 (독감) 유행기였기 때문에 따로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