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이옥선 할머니(맨 왼쪽)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며 발언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한국정부도 물밑 조율 시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한테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라고 지시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등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기시다 외무상과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을 50분가량 면담한 자리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외무상이 28일을 전후로 일정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지시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의 무죄 판결, 헌법재판소의 한-일 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각하 결정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일-한에 박힌 가시가 또 하나 빠져 관계 개선의 흐름이 한층 강해졌다”는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지시가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 “일을 그렇게 하겠느냐?”고 답해, 한-일 정부 사이에 그간 물밑 조율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진행된 ‘외교부 장관 초청 토론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일 협상에 “지금은 다소 병목 현상이 있다”면서도 “좀더 기다려주면 나름대로 결과를 보고드릴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시다 외무상의 방한으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더라도 바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합의에 이르리라 전망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기본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방식의 합의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더는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최종 타결’에 동의한다면, 일본 정부의 예산 투입과 도의적 책임을 담은 사과 등은 할 수 있다는 태도로 알려져 있다. 윤 장관은 23일 “피해자가 납득하고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우리 식’ 해법을 마련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양국은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라”고 지시한 뒤 두차례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제훈 김외현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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