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 옆에서 한 청년단체 회원이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12·28 합의’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10억엔(101억여원)을 위안부 피해자 추모·기념 사업이 아닌 위로금 지급 등 피해자 할머니들한테 개별적 혜택이 돌아가는 ‘순수 지원비’ 위주로 쓰기로 정부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2·28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가 설립할 공익재단에 일본 정부가 출연할 10억엔을 사실상 개별 지급·지원 방식으로 쓰게 되면 재단 설립은 물론 운영 및 사업 자금의 대부분을 한국 쪽이 맡아야 해 합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는 12·28 합의 뒤 이 재단 설립 방안을 “독창적 (합의) 이행 메커니즘”이라 자찬한 바 있다.
한-일 정부는 12·28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전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10억엔)을 일괄 거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해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재단에 거출할 10억엔은 일반적인 추모사업이나 기념사업이 아니라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개인적 혜택이 돌아가는 쪽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개별적으로) 나눠준다기보다도 할머니들한테 개인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예를 들면 간병인 지원, 의료비 지원, 위로금 등의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추모·기념 사업은 “할머니들 개개인한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방식”이라며,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할 10억엔의 용처에서 배제될 것임을 내비쳤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를 방문해 피해자 할머니들한테 밝힌 기념관 건립 사업 등을 추진하려면 한국 쪽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당국자는 “재단이 설립돼야 일본 정부 예산이 입금되는 거니까 재단 설립 비용은 우리가 써야 한다”면서도, 재단 설립 뒤 운영·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지는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 예산이 대거 투입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 정부가 내놓을 10억엔을 정부에 등록한 피해자 238명(사망 192명 포함)한테 일괄분배하면 1인당 4277만원꼴이다. 정부가 관련 법령에 따라 ‘일시 특별지원금’으로 지급해온 1인당 4300만원보다 적다.
한편, 외교부는 1월11~29일 국내에 개별적으로 거주하는 피해자 할머니 29명 가운데 18명의 거주지를 방문해 당사자 또는 보호자한테 12·28 합의를 설명했으며, 이 가운데 14명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대협은 ‘입장문’을 내어 “피해자 직접 청취는 3건에 불과하며 정부가 신분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고 한 피해자들(6명) 다수는 정부 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피해자 할머니 집단거주시설인 나눔의 집(10명)과 정대협 쉼터(3명) 거주 할머니들은 대체로 12·28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재협상 요구 등을 하고 있다.
이제훈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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