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아바나에 있는 컨벤션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양국 간 공식 외교장관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한-쿠바 외교장관 75분 회담
쿠바 반응은 알려지지 않아
외교소식통 “쿠바쪽 매우 좋아해”
쿠바 반응은 알려지지 않아
외교소식통 “쿠바쪽 매우 좋아해”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한 윤병세 장관이 5일(현지시각) 아바나에서 열린 한국-쿠바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력한 수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형제국’으로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쿠바의 즉각적인 반응은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한국과 쿠바 간에 수교 협상으로 급진전되기보다는 여러 후속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 장관은 이날 아바나 시내의 쿠바 정부 건물인 컨벤션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제가 강조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잠재력을 구체화할 시점’이란 수교를 맺자는 ‘관계 정상화 의사’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75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매우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회담에 배석한 한 외교 소식통은 “양자 문제, 글로벌 협력, 인사(교류)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우리 쪽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했다. 쿠바 쪽도 진지하게 듣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국인 닐 암스트롱을 인용해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라고 쿠바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교 소식통은 “윤 장관의 발언에 쿠바 쪽이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한-쿠바 관계 정상화에 대한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의 구체적 언급은 전해지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 다양한 후속 협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곧바로 수교 협상으로 급진전되진 않았음을 내비쳤다. 향후 고위급 교류 등 여러 후속 협의를 통해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정부는 쿠바에 수교 교섭을 처음으로 공식 제안했다.
김진철 기자,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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