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얘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무성씨가 온다고 그러더니, 새누리당인가 거기는 거짓말도 잘하네요. 분명히 명단에 이름이 제일 먼저 얹혀 있었는데 안 오셨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민주당, 새누리당 그게 있습니까?”
12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을 찾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앞에 두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가 따지듯 물었다. 이날 오전까지 방문 의원 명단에는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도 포함돼 있었으나, 현장에 나타나지 않자 토해낸 불만이다. 김 전 대표와 윤 의원실 관계자들은 두 의원이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했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이어진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북 상주 부잣집 막내딸이던 강일출(89) 할머니는 중국으로 끌려갔던 이야기를 한마디 한마디 이어갔다. 할머니는 “내가 눈물이, 피눈물이 났지만 참고 있어. 우리 할매들은 자기 속에 있는 걸 국회의원들한테 (말해서) 똑바로 하게 하도록 하자”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러고는 의원들을 다그쳤다. “왜 가만히 있어? 국회의원들이 이런 거 모르는 거야? 우리가 강제로 끌려가고 이런 거?”
할머니들이 간담회 내내 의원들에게 의원들한테 꼭 전하려 한 내용은 하나였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으려고 한다.” 특히 지난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요청한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의 편지 등 ‘추가적 감성적인 조처’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은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어느 때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아베(일본 총리)가 죽어도 사죄 못 한다고 하니까 (일본 정부가 '거출금'으로 내놓은) 10억엔을 돌려주고, (한·일 12·28 합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을 폐지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왜 (정부) 마음대로 하는데요. 그건 안 됩니다. 저희는 마땅히 살아있습니다. 끝까지, 후세대를 위해서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흔여덟살인 할머니는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끝까지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실제는 일본 국왕이나, 아베나 와서 사과를 해야 하는 건데…. 저희가 죄인입니다”라며 “언젠가 일본 국왕이나 수상이 와서 꿇어앉아서 사과할 겁니다”라며 위로를 전했다. 더민주 소속의 심재권 외통위원장도 “지난해 12월28일 합의가 우리 할머니들께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는 그런 게 돼 저희도 마음으로부터 송구스럽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다”며 “저희 마음은 하나같이 어떻게든 할머니들에게 남은 조그마한 소망이 이뤄지도록 노력 다하는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의원들이 돌아간 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해마다 외통위 의원들이 다녀가는데 말씀은 노력해보겠다고 하는데 가고 나면 아무 소식도 없으니 할머니들께서 늘 안타까워 하신다”고 말했다.
그 안타깝고 서러운 마음에 “역사의 산 증인”(이용수 할머니)인 할머니들은 나눔의 집을 나서는 의원들을 쫓아나가 다시한번 신신당부를 했다. 할머니들의 이런 메아리 없는 간절한 바람은 벌써 20년째다.
김지은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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