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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중 정부 ‘해경단정 침몰사건’ 정면충돌 양상

등록 2016-10-12 21:50수정 2016-10-12 22:22

[중 외교부 정례브리핑]
“한국해경, 침몰해역서 법적활동 근거없다”

[한 외교부 반박]
“한국수역서 불법조업하던 어선 추적한 것”

사드 이어 돌발 외교악재로 커져
12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중국어선. 북한의 석도 앞에 중국어선 10여척이 떠 있다. 옹진군 제공/연합뉴스
12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중국어선. 북한의 석도 앞에 중국어선 10여척이 떠 있다. 옹진군 제공/연합뉴스
지난 7일 중국 어선이 한국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해 침몰시킨 사건이 한국-중국 양국 정부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오후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해경이 해당 해역에서 전개하는 행정활동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국 정부의 조처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한국 정부가 11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거쳐 “필요하면 함포 사격도 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외교적 맞대응의 성격이 짙다. 더구나 겅솽 대변인은 “한국이 맹목적으로 처벌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비외교적 언어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으로 이미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한-중 관계에 돌발 외교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겅솽 대변인은 “한국이 제공한 지리 좌표”와 “중·한 어업협정”을 근거로, “한국 해경이 해당 해역에서 전개하는 집법(행정) 활동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충돌·침몰 수역이 한·중 어업협정상 ‘잠정조치수역’(7조)에 해당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잠정조치수역에선 ‘양국 어선의 조업이 허용되며, 한국 어선은 한국이, 중국 어선은 중국이 단속하고, 상대국 어선에 대해 법집행을 하지 않는다’고 협정에 규정돼 있다.

주목할 대목은 겅솽 대변인이 애초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하다 한국 해경에 적발된 수역의 위치와 법적 성격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쪽이 한·중 어업협정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앞세운 반면, 한국 정부는 유엔 해양법에 관한 협약과 국내법을 반박 근거로 내세웠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우리 수역인 북위 37도28분33초, 동경 124도2분3초 지점에서 우리 해경이 중국 불법조업 어선을 적발해 추적한 끝에 중국 어선과 충돌로 우리 수역 밖(북위 37도23분06초, 동경 123도58분56초)에서 우리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이라며 “우리 해경이 사용한 추적권은 한·중 양국이 모두 가입한 유엔 해양법협약상 허용된 권리”라고 정면 반박했다. 실제 유엔 해양법협약은 특정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공해로 도주한 타국 선박을 쫓아 행정력을 집행할 권리(추적권)를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문제의 중국 어선은 한국의 법령을 존중해야 하는 ‘특정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해경의 단속에 걸리자 도망가다 특정해역 밖에서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켰다”며 “특정해역 밖이라도 중국 영해 밖 수역에선 한국 해경이 추격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규율하는 법적 근거로 제시한 잣대가 서로 다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양국 정부의 해법 모색 과정에서 심각한 논란이 될 개연성이 있어서다. 이는 한·중 어업협정이 명확한 해상 경계를 정하지 못해 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경계 획정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정과 무관치 않다.

양쪽이 상대방에 요구하는 내용도 크게 엇갈린다. 겅솽 대변인은 “중국 인원의 안전에 상처를 줄 수 있는 과격한 수단을 동원해선 안 되고, 중국 인원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확립된 국제법과 우리 국내법에 의거해 이루어지는 정당한 조처”라고 맞받았다. 접점이 없다.

한 해양법 전문가는 “결국은 공동조사를 벌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중 어업협정에 따른 공동위원회는 그동안 어획량 쿼터나 조업 어선 수를 정하느라 꾸려졌지만 이번엔 공동조사를 목적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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