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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그레그 “‘북 비핵화 가망없다’는 의견 동의 못해”, 임동원 “한국도 핵무장하자는 주장 도움 안돼”

등록 2016-10-27 22:08수정 2016-10-27 22:19

2016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 대담 진행
“미국은 우리가 싫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 지도자나 집단을 무조건 악마로 만들어서 악마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우리를 끊임없이 곤경에 빠트리는 원인이다. 체제를 제거하고 붕괴시키려는 전통적 미국의 접근 방식은 혼란과 지속적 분란만 초래한다.”

27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의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기조강연에 이어 함께 연단에 오른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대담을 시작하며 그레그 전 대사의 저서 <역사의 파편들>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북핵 문제의 뿌리가 적대관계에서 기인했다는 대담 참석자들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문구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 이사장은 그레그 전 대사를 소개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그레그 대사 시절 당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북쪽과 협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레그 대사가 남한의 미국 전술 핵무기 철수를 건의해서 실현시키지 않았다면 노태우 정부에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또한 1992년 팀스피릿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중지된 것은 그레그 당시 대사가 건의해서 실현된 것이었으며, 이 두가지 문제가 이행됐기 때문에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대담 진행은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맡았다.

■ 북한 비핵화는 가망 없나? 문 교수가 최근 미국 정보당국의 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비핵화는 가망이 없다”고 밝힌 것 관련한 의견을 묻자 그레그 전 대사와 임 이사장은 입을 모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비핵화의 길은 아주 멀고 힘든 길이지만 최근 이란과 핵협상을 성공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현명하게 추구한다면 진정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30년을 정보국 요원으로 일했는데 정보 요원은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최종 소비자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것이지 정책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면서 클래퍼 국장의 태도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과의 핵협상이 벼랑끝에 서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우리가 북한에게 대화를 하기도 전에 먼저 양보를 하라고 하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임 이사장도 “미국의 정보 책임자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얘기한 데 대해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클래퍼 국장이 “(북한 핵 동결 등) 북한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조지 부시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는 페리 전 국방장관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현실적 대응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단계적으로 핵 폐기 대신 핵 활동 동결을 통해서 핵 비확산을 목표로 협상을 빨리 개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왼쪽부터)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왼쪽부터)
■ 핵무장에 집착하는 북한은 이성을 잃은 것인가? 문 교수는 또 “핵 무장 강화와 경제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천명한 북한이 미쳤다고 생각하나, 혹은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임 이사장은 지난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뒤 <뉴욕타임스>에 실린 ‘북한은 미친 것이 아니라 너무도 합리적이다’라는 칼럼을 들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약소 국가인 북한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무장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미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문 교수가 “그러나 미국 정보국은 ‘북한이 예측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이라고 하는데 전세계적인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미 정보국이 이렇다고 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되묻자, 그레그 전 대사는 이를 “상호 악마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핵을 해결해줄까? 문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치명적 고통을 느껴야 붕괴할 것이라며 강경 정책을 펴고 있다.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임 이사장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압박과 제재 대신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 교수도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이해관계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더 강력한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한 노력은 쓸 데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 한국의 핵무장과 북한 선제공격론 최근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배치 등 한국의 핵무장론과 관련해 문 교수가 질문을 던지자 그레그 전 대사는 “(그런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런 말들이 한국에서 나오는 건 유감이며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라고 답했다. 임 이사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서도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야 (이 위기가) 해소되는 것이지 우리도 핵무기 만들겠다는 것은 군산복합체만 좋은 일이지 우리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는 ‘북한 선제공격론’에 대해서 그레그 전 대사는 “굉장히 바보같은 일이다. 답을 하기도 싫다”며 한반도는 작은 실수로도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임 이사장도 “1994년 페리 미 국방장관이 있을 때 북한 핵물질 생산을 막기 위해 정밀 공중공격을 계획했는데 그때도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전제 하에서 추진했다”며 “민족 공멸을 초래하는 전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시간30여분 동안 진행된 대담에는 청중들로부터 30여건의 질의가 있었다. 그 가운데는 ‘그레그 전 대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높이 평가했는데 반 총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반 총장은 조심스럽게 많은 일을 했으며,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노력해왔다. 일생 동안 이를 위해 노력했고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부산/김지은 기자, 강태호 선임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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