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는 어떻게 되나-
“다른 나라가 뭘 믿고 외교 하겠나”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물건너가
트럼프와 조기회담도 어려워져
외교안보 정책들 방향 전환될 듯
“다른 나라가 뭘 믿고 외교 하겠나”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물건너가
트럼프와 조기회담도 어려워져
외교안보 정책들 방향 전환될 듯
9일 오후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첫째,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에 정상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우선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외교부를 통해 참석을 공언해온 한국·중국·일본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물건너갈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19~20일 도쿄에서 3국 정상회의를 열자고 한·중 정부에 외교 경로로 통보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응했으나, 중국 정부는 아직껏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외교부 관계자조차 “중국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정부는 최근의 한국 국내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정상회의는 3국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와 조건 아래에서 진행돼야 적극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11월30일 겅솽 외교부 대변인)는 말로, ‘연내 개최’에 부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아 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8일 “연내 개최가 불투명하다”고 발을 뺀 배경이다.
이렇듯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는 의미있는 정상외교가 가능하지 않다. 2004년 국회의 탄핵소추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을 때 권한대행을 한 고건 당시 총리는 아무런 정상회의를 치르지 않고 ‘관리’에만 집중했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예정·확정된 정상외교 일정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외교) 일정을 잡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며 정상외교를 펼치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를 다른 나라가 뭘 믿고 외교를 하겠느냐”고 짚었다.
아울러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대사 등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 태세가 제대로 잡혀 있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정치적 중심이 사라져 갭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 등 박 대통령이 주도해서 추진해온 정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원점 재검토 등 방향 전환 가능성도 상당하다. 당장 일본 정부는 박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12·28 합의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한국 쪽의 태도가 바뀔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두 사안에 대해선 야권과 국민 과반이 반대 태도를 분명히 해온 터다. 사드 배치 문제도 미국 쪽이 ‘되도록 빨리 배치하겠다’며 서두르는 반면, 중국 쪽은 사드 배치 터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표적 조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정인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 설 때까지 사드 배치를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이제훈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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