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담당관 지낸 오바 민타로
“흙무더기를 산으로 만들어” 비판
“흙무더기를 산으로 만들어” 비판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취한 ‘대응·보복 조처’에 대해 “일본의 끔찍한 전략적 판단 실수”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 담당관으로 일한 오바 민타로는 14일(현지시각)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의 통제 밖에 있는 시민단체의 행동에 고강도 대응을 하는 것은 흙무더기를 산으로 만드는 것(문제를 키우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은 미국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일본 정부의 대응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끔찍한 전략적 판단 실수”라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31일 제막식을 치른 부산 소녀상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6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대사 등의 일시 귀국 조처와 함께 양국이 진행 중인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 등 ‘보복 조처’를 취하고 있다. 오바 전 담당관은 “이 조처들이 논란을 극적으로 키웠다”며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발언(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일본 비판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문을 넘어선 추가적 화해 조처를 모색하고, 일본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학계와 교과서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과거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오바 전 담당관은 지난해 9월까지 미 국무부 한국과·일본과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문제 ‘스피치 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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