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진 합참의장(오른쪽 셋째)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왼쪽 첫째)이 지난 12일 한-미 독수리훈련에 참가 중인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방문해, 비행갑판에서 작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박근혜 정권 4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한-중 관계는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참가하며 이른바 ‘망루 외교’로 정점을 찍었으나 최근 일방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강행으로 험한 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도 2015년 덜컥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했으나 졸속 추진된 내용에 대한 반발 여론과 함께 재협상 압력이 거세다. 두 달 뒤 탄생할 차기 정부는 이렇듯 쑥대밭이 된 외교·안보 환경을 넘겨받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5월 대선이 확정되면서 새 정부 출범까지 대략 2달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이들 굵직굵직한 현안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외교·안보 분야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추진보다는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13일 “사드·위안부 등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일단 ‘동작 그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으니 황 대행 체제는 더 이상 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과도 정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도 황 권한대행 체제가 ‘관리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최 교수는 “일본이 주한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이후 한국 정부의 취약성을 알기 때문에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새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려 하거나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권한대행 체제일 때 최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의도인 만큼 정부가 여기에 말려들지 말고 차기 정부 출범을 기다리며 안정적인 현안 관리에 충실하라는 주문이다.
한·중 관계를 최악의 수준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밀어붙이기식 사드 배치 추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일단은 현재 사드 배치 과정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군 당국은 6일부터 사드 미사일 발사대 등 일부 장비을 반입하는 등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 동의 문제, 군사시설 이용 관련 법률적인 문제 등을 포함해 국내법에 따라 거쳐야 할 과정이 적지 않다”며 “탄핵으로 정치적인 정당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행 정부가) 배치를 추진하는 것은 초법적”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일단 정해진 절차대로 가되 정부가 속도전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사드 배치는 정해진 절차에 의해 가는 수밖에 없지만 (황 대행 정부가) 마치 자기가 하는 것처럼 나서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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