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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전두환, 86년 유럽순방 때 교민시위 막으려 ‘알박기’ 집회신고

등록 2017-04-11 15:37수정 2017-04-11 19:16

30년 전 외교문서로 본 전두환 정권의 반민주 행태
국제사회서 인권침해국 오명에 외교전 총력
미국 인사들의 김대중·김영삼 접촉 견제
유성환 구속땐 빌 클린턴이 탄원서 보내기도
11일 외교부는 30년 경과 외교문서(1986년도분 중심) 총 1천 474권(23만여 쪽)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서울 서초동 외교사료관 직원들이 열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외교부는 30년 경과 외교문서(1986년도분 중심) 총 1천 474권(23만여 쪽)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서울 서초동 외교사료관 직원들이 열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전 외교문서 공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반민주 행태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외교부가 11일 공개한 30년 경과 외교문서 23만쪽은 대체로 1986년 만들어진 것으로, 전두환 정권이 외교가 안팎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알 수 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국가’로 꼽히던 전두환 정권은 1985년 유럽의회 결의안에 한국이 인권침해국으로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전을 펼쳤다. 앞서 1983년 5월 유럽의회가 세계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아시아의 인권침해국 7곳을 꼽았는데 한국이 포함된 터였다. 이유는 정치범 사형이 집행되는 국가라는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유럽의회 의원들을 설득에 총력을 다했고, 실제 그해 10월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에는 한국이 인권침해국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우려는 가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전씨의 유럽순방을 앞두고 전두환 정권은 인권문제가 거론될 것을 우려해 주요 장소에 집회신고를 내 ‘알박기’에 나섰다. 혹시 모를 교민들의 반정부 시위를 막을 목적이었다. 정순근 당시 서독 주재 대사는 전씨의 순방 한 달 전인 1986년 2월 “불순 교민의 반정부 시위 등 사전봉쇄 대책의 일환으로 2월27일 집회 가능성이 있는 대사관저, 본 시청 앞 광장 및 국립묘지 전면 지역에 재독 한인연합회장의 협조로 행사 당일자 환영행사 집회신고를 했다”고 외무장관에게 보고했다. 당시는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 폭로 등으로 한국의 인권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이번 외교문서에서는 전두환 정권의 외신 통제 행태도 드러났다. 1985년 10월 홍콩에 본사를 둔 시사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가 전씨의 유럽 방문 계획을 보도하며 “서울의 유럽 외교관들은 방문의 격을 놓고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당시 이원경 외무장관은 11월5일 주홍콩 총영사에게 전문을 보내 “외무부 구주국장은 11월1일 심재훈 지국장을 외무부로 소환해 ‘경호 차원에서 국가원수에 대한 보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 재발 때 불행한 사태가 있을 수 있다고 통보함으로써 지국 폐쇄 문제도 야기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외무장관은 이어 “경고 사실을 거듭 천명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전두환 정권의 야권 인사 탄압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나타나 있다. 전두환 정권은 1986년 10월 14일 제12대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유성환 신한민주당 의원을 구속한 바 있다. 당시 민주정의당 의원 주도로 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유 의원은 17일 새벽 구속됐다. 이번 외교문서에서는 당시 미국이 유 의원의 구속을 반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데이비드 램버트슨 주한 미 대사관 공사와 데이비드 블레이크 모어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한국 외무부 쪽 설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피력했다. 아울러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유 의원의 석방 탄원서를 한국 법무부 장관과 내부무 장관에게 보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전두환 정권은 1986년 5월 조지 슐츠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대표적 야권 인사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쪽과 여러 차례 협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주한 미국공사를 만나 “5월8일로 예정된 조찬계획에 대해 ‘양김’씨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아(我)국 정부를 곤란케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귀하(공사) 및 대사의 언급 내용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6월 미 연방정부 연수생 방한 일정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찬과 오찬이 각각 잡힌 것에 대해서도 전두환 정권은 “양김씨의 법적 지위”를 거론하며 변경 요청을 했다.

전씨는 당시 방한했던 슐츠 장관과의 면담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다. 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단임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던 전씨의 후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전씨는 1986년 10월 방한한 에드워드 라우니 미 대통령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이 전략적 방위구상(SDI)을 개발하면 미·소 협상이 잘되는 것과 우리 한국에도 핵무기 3개만 있으면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는 원리는 같은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우니 특사는 미·소 포괄군축협상 결과를 설명하려고 방한했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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