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8주기’ 학술회의서 우려와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을 강조한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기념한 학술회의에선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미국에 치우친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보수정권이 만들어온 대북정책의 틀을 벗고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날 오후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념학술회의 첫 세션 ‘문재인 정부, 어떻게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가’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미 긴장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못했냐”며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얘기해야 우리가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밖에서 보면 (문 대통령이) 미국에 가까워진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북한이 ‘화성-14’형을 두번째 발사한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추가 임시배치를 지시하고,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대북 레드라인으로 밝힌 것을 예로 들었다. 앞서 기조 발제를 맡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플레이어가 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를 이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세션의 사회자 겸 토론자로 참가한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미국과) 동맹으로서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그런 말씀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에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을 공고화한 이후 다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지난달 한·미·일 정상이 내놓은 공동성명을 두고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전초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대화 병행’을 밝힌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분절적’이라거나 ‘추상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제재 일변도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북한이 봤을 때 핵보다 (북한) 정권을 비가역적으로 보장해주는 수단,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아직 취임 100일밖에 안 됐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빨리 외교안보정책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상당 기간 현재의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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