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제회의서 여지 남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최근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과 공존하는 올바른 선택을 취한다면 출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국장은 지난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 회의’의 ‘한반도 긴장완화’를 주제로 한 비공개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기’의 구체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최 국장은 “외교적·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적절한 분위기(right atmosphere)가 조성돼야 하나, 매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트위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의 군사·핵 위협과 경제제재를 통한 압살정책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가 명시된 9·19 공동성명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며, 6자 (회담) 체제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국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내놓은 원칙적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가 쓴 “출구”라든가 “적절한 분위기” 등 일부 표현은 북한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주목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 국장의 발언은) 협상을 시작하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테이블에 놓는 의제는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조건부로 대화의 여지도 넣어놨지만, 비핵화만을 위한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세한 ‘신호’에 한·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관건이라며, 내년 초 열리는 평창겨울올림픽을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4일(현지시각) 그리스를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참가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기술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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