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풍부한 자연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고 확대하기 위해 각국을 송전망(그리드)으로 연결하려는 것이 아시아슈퍼그리드(ASG)다. 이 거대한 꿈 같은 일이 이제 현실감을 띠고 있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가지 거대한 변혁이 이 꿈에 다가가도록 하고 있다.
먼저, 자연에너지 비용의 대폭적인 하락이다. 풍력은 불과 얼마 전부터 ㎾h당 4센트대로 발전이 가능해졌지만, 태양광 역시 일조량이 양호하며 지가가 저렴한 지역에서는 이미 ㎾h당 1센트대의 경이적인 입찰가가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생각했던 해상 풍력도 5센트대의 낙찰가로 나오고 있다.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자연에너지는 현재 원자력과 화석연료보다도 저렴해지고 있다.
둘째, 이 급격한 가격저하가 지금까지 일부 선진국에만 존재했던 자연에너지를 전세계 온실효과 가스 감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개발도상국으로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전체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17.4GW에서 약 500GW로 약 30배 증가했다. 태양광은 2000년의 1.3GW에서 300GW로 300배나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자연에너지 생산은 중국이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유럽, 일본 그리고 인도, 남아프리카, 칠레, 브라질 등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셋째, 두가지 기술혁신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나는 정보통신기술혁신의 발전으로 수요 및 기후예측과 연동해 현대적인 전력시장의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다른 하나는 고압직류송전기술의 발달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주파수의 차이, 해저 600㎞ 원거리를 넘어서 큰 전력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자연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로 발전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을 동일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수요는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스 및 석유 발전소와 대형 수력 및 양수 발전소는 수요에 맞춰 조정하는 방법을 취해왔었다. 그러나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변화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발전 비용단가가 저렴한 발전소를 우선 운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다양한 종류의 발전소를 소위 ‘메리트 오더’라는 한계비용이 낮은 순으로 나열하면, 전 자연에너지인 수력, 풍력, 태양광, 지열 발전이 가장 먼저다. 한계비용이 낮은 순서로 발전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이 메리트 오더에 의한 시장 운용은 유럽 등 소위 전력시장이 정비돼 있는 국가들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태양광 및 풍력은 기상조건에 의해 발전량이 변동하는 변동형 자연에너지다. 전력계통으로 통합하면 지금보다 수요를 따라갈 수 있는 계통 운용이 필요하다. 변동형 자연에너지를 안정적인 전력계통으로 포함시키는 방법 중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전력계통의 광역적 운용이다.
이러한 광역망 운용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 우선 광역 연계를 통해서 다른 전원 구성 및 수급 패턴을 가진 지역 및 국가에 좀더 효율적인 발전설비 운용과 안정된 공급을 실현할 수 있다. 자원량도 평준화된다. 국가 간 전력망 연계로 다른 전력 도매시장 간의 거래가 실현되며, 시장 경쟁이 촉진돼 광역의 ‘메리트 오더’를 실현할 수 있으며 시장 간 가격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아시아에서는 국가와 국가를 결합해 전력 피크 시간대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러한 효과는 이미 세계적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실제로 주요국 중 다른 국가들과 전력계통이 연결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아시아 슈퍼그리드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이며 평화로운 에너지 이용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또한 이런 상호의존의 관계는 새로운 동북아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바야시 미카 재생에너지(자연에너지)재단 사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