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특사단과 기념사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남쪽을 방문하고 평양에 귀환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오른쪽 둘째) 등 고위급대표단과 만나 이들의 활동 내용을 보고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당 기관지인 이 13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최휘 국가체 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 위원장, 김 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하면서 정상회담 성사의 ‘여건’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넘어야 할 고개들이 적지 않다.
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3차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여건은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상회담이 되려면 일단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최소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 정도가 돼야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을 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한편, 핵-경제 병진노선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여러차례에 걸쳐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와 대북 제재 해제 등 반대급부가 확실할 경우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현 단계에서 북한이 ‘비핵화 제스처’를 표명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 등이 한·미에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② 북-미 접촉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남·북·미 3자의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때 성사됐다. 전문가들이 한-미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나도 모른다. 그래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회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속을 태우는 것은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한국이 북-미 접촉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운전대는 아니지만 조정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③ 한-미 연합군사훈련 조정? 평창겨울올림픽의 ‘평화’는 3월25일 올림픽 휴전기간 만료와 함께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기간에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4월 재개될 예정이어서 이런 관측은 설득력이 있다. 구 교수는 “한-미 군사훈련이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안팎에서는 기간 단축이나 규모 축소 얘기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진행한 대로 한·미도 군사훈련을 ‘로 키’로 접근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나) 군사분계선 인접 비행을 자제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우리 쪽이 규모를 대폭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④ 정상회담으로 여건 만들 수도 북-미 접촉이 이뤄지도록 한국 정부가 최대한 중재자로 노력하되 이를 필요충분조건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정상회담이 문재인 정부 초반에 제기된 만큼 현재 남북대화의 동력을 살려 직접 ‘비핵화’ 입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남북관계에서는 남-북-미 삼각관계가 선순환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3자의) 선순환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만, 그게 안 되면 정상회담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북이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고 정세를 관리하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미 선순환 구조의 여건을 조성하는 맥락에서도 정상회담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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