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김여정 회동 추진과정에서
한-미 정보라인 수면위로
서 원장 북한쪽 인맥도 갖춰
국정원-통전부 라인 복원도 역할
서, 지난해 여러 차례 방미
폼페이오와 한-미 정보신뢰 구축
남·북·미 관계서 주요역할 가능성
한-미 정보라인 수면위로
서 원장 북한쪽 인맥도 갖춰
국정원-통전부 라인 복원도 역할
서, 지난해 여러 차례 방미
폼페이오와 한-미 정보신뢰 구축
남·북·미 관계서 주요역할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3일(현지시각)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미 정보라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폼페이오 국장 사이에 구축된 정보라인이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막후 소통채널로 작동할지 관심거리다.
‘서훈-폼페이오’ 라인은 지난달 평창겨울올림픽 계기에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만남이 극비리에 추진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북-미 고위급 회동이 막판에 불발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 쪽이 펜스 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중앙정보국이 전해듣고 트럼프 행정부가 회동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서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과 폼페이오 국장의 중앙정보국 라인이 작동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이는 그간 북-미 접촉이 대체로 미 국무부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소통하는 이른바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처럼 대북 업무를 둘러싸고 한-미 정보라인의 작동이 이례적으로 공개된 건 서훈 원장의 독특한 이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도 실무진으로 참여하는 등 30여년간 국정원에서 대북 업무를 해온 서 원장은 북한 쪽에도 인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평창올림픽 폐막식 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남쪽을 방문했을 땐 직접 카운터파트(대화 상대)로 나서, 막후에서 남북 간 주요 협의를 해온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복원했다. 서 원장으로서는 한-미 정보라인을 통해 북한의 내밀한 속내를 전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서 원장은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미국을 방문해 폼페이오 지명자와 대북정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를 쌓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서 원장이 그 관계를 만드는 데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이 폼페이오 지명자를 만나러 갈 때 국정원에서 북한 정보를 다루는 실무자를 대동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 점도 미 정보당국의 신뢰를 얻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8일 대북 특별사절단이 방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오전 정보기관을 통해 북쪽의 정상회담 제안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여기에도 서훈-폼페이오 라인이 작동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폼페이오 국장이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으로 국무장관이 되면 공식적으로 그의 카운터파트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된다. 다만 지금까지 폼페이오 국장이 서 원장과 구축해온 관계 속에서 국면을 주도한 점을 볼 때 이후에도 남북, 북-미 관계에서 이들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현재의 정세는 북한의 통전부-우리 국정원-미국 중앙정보국 삼각대화의 결과물”이라며 정보기관을 이끄는 폼페이오 지명자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직접 준비하라’는 뜻”으로 국무장관에 앉혔다고 풀이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