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조현 외교부 차관,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아사 레그너 유엔여성기구(UN WOMEN) 부총재 등이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서울 ODA국제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외교부는 1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2회 서울 ODA(공적개발원조) 국제회의'를 열어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개발을 위해 평화·민주주의·인권·성 평등이 갖는 의미와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조현 외교부 차관, 패트릭 베런 세계은행 취약·분쟁·폭력 아시아 고문, 헤르나니 코엘류 다 실바 전 동티모르 외교부 장관, 메사우드 롬다니 튀니지 경제·사회권리포럼 회장, 아사 레그너 유엔여성기구 부총재 등을 비롯해 국내외 학자, 기업과 시민사회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미경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10년간 전 세계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축되고 분쟁이 확대됐다”며 “악화하는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정했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개발'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람 중심의 개발(People),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한 번영(Prosperity),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Planet), 사회·경제·환경의 전제조건인 평화(Peace), 그리고 이를 이행하는 방법인 협력(Partnership) 등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13일 제12회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SDG 시대에 한국이 국제사회의 귀감이 되는 것은 식민지, 전쟁, 가난의 역사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간을 중심에 두는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는 70년간 분단과 전쟁의 공포를 평화의 희망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한반도에 불어오는 평화의 바람이 분쟁과 대립으로 고통 받는 세계 여러 지역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핵 감축을 위한 글로벌 의원 네트워크(PNND)의 알린 웨어 글로벌 코디네이터는 “전 세계에 1만5천 개의 핵무기가 있고, 이를 유지하고 현대화하는데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예산이 든다”며 “교육·보건·해외 원조·기후 보존·민주주의·SDGs의 실현 등 다른 곳에 쓰여야 하는 자금을 핵무기에 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돈이 핵무기가 아닌 지속 가능한 경제·평화·SDGs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개회식에 이어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지속적 평화와 개발 넥서스: 도전과 기회’, ‘민주적 거버넌스 증진을 위한 ODA의 역할’, ‘인권과 성 평등 달성을 위한 포용적 ODA의 역할’이라는 3개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연사로 나선 오현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평화와 개발은 통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며 “여성없이 평화와 지속가능한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제12회 서울ODA 국제회의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모습
아사 레그너 유엔여성기구 부총재는 “성 평등 이슈에 대한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국가적 성 평등 실시계획 실현에 대한 재원이 많게는 90%까지 차이가 난다”며 성 평등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던 ODA 재원은 2013~2014년 이미 낮은 수치였던 5%에서 더 하락해 2015~2016년 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ODA가 성 평등 상황에 촉매 구실을 하기 위한 4가지 분야로 △국내 자원 조달 및 지출을 위한 공정하고 진보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개발국가 지원 △공여국 및 국제기구의 성평등을 위한 국내 예산 및 ODA 흐름에 대한 자금 추적 △여성기구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지지 및 정부 조직 모니터링 활동지원 △국제 협력을 통한 성평등 달성 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민주적 거너번스와 ODA 관계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페르 노드런드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SIDA) 수석정책전문가는 “부패, 갈등, 취약한 거버넌스 등이 인간개발(human development)을 가로막고 있고, 갈등과 취약성에 영향을 받는 국가의 50%는 중저소득 국가”라고 주장했다.
히로시 카토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수석부총재는 “부패하고 무능하고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가 프로젝트를 같이 할 수 있을까”란 청중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정부를 끌어들이고 사업을 해야 한다. 정부내 부패한 관리가 1%%가 아니고 효율적 관리도 있을 수 있다”며 중앙·지방정부를 제치고 바로 지역 커뮤니티로 가는 방안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정부와 같이 일하고 정부의 참여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서울 ODA 국제회의는 국내 대표 국제개발협력 관련 행사로, 국내외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사진 한국국제협력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