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최 주한 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1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8회 여기자포럼에서 ‘호주, 한반도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여기자협회 제공
“제재는 수단일 뿐 목표일 수 없다. 제재는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한다.” 제임스 최 주한 호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가 1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호주, 한반도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주제로 열린 8회 여기자포럼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 대사는 “호주는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공조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왔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압박의 목적, 곧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고 강조한 셈이다.
최 대사는 “다만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사일,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어긴 사례가 많다”며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핵무기 실험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면서 김정은이 생각을 바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면 김정은과 북한 주민에게 더 나은 미래가 온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호주대사는 한국은 물론 북한도 담당한다. 호주는 1974년 북한과 수교를 맺었지만 이듬해 단교했다가 2000년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2190만 호주 달러를 지원하고, 기술원조 및 인도주의 목적으로 6000만 호주 달러를 북쪽에 제공한 바 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로 현재 양국 간 교류는 멈춘 상태다.
한편, 최 대사는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국이 4강 외교에 치중하기보다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외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사의 이런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과도 맥이 닿아있다. 최 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 태평양 지역의 불확실한 전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은 더 많은 우방국을 필요로한다”며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더불어 잠재적인 파트너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호주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을 포함한 외교 다각화 전략을 환영한다”, “호주는 믿을 수 있고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사는 1994년 호주 외교통상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고 1995∼1997년 주한호주대사관에서 근무했다. 2008∼2010년 주덴마크 호주대사를 지냈고, 2016년 12월 주한 호주대사에 취임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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