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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21:08 수정 : 2020.01.11 02:33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마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중동 상황에 대해 미국이 상세한 브리핑”
강경화-폼페이오 회담서도 ‘파병’ 주요 의제 오를 듯
이란·이라크에 교민 1890명…외교부 “국민 안전 최우선”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마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긴장 속에 미국이 ‘동맹의 공조’를 강조하며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점점 더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난 뒤 10일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은 미국 쪽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현재의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유 항해,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우리가 기여하는 방침을 세우고,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선 아직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강경화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담에서도 호르무즈 파병이 주요 의제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의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의 회담 개최도 최종 조율 중이다. 미국이 이란 군 최고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표적 살해한 뒤 일촉즉발로 치닫던 전쟁 위기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정세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이란에 맞서는 공동 전선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는 상황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2019년 5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며 제재를 강화한 뒤, 미국은 한국 등 동맹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참여하도록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해온 청해부대를 호르무즈에 보내는 형식의 ‘파병’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지만,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자, 정부 내에서 ‘신중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이란 정세에 대한 판단, 이란과의 관계, 한미동맹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우선 미-이란 긴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면전의 위험은 낮아졌지만, 미-이란 갈등이 장기화하고 돌발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해협 연합방위에 참여하는 나라들도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란 긴장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이란 정규군이 아닌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현지 미군 관련 시설이나 동맹국 시설을 공격할 위험성은 높다”며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0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좁고 연안에 이란 지상군이 쭉 배치돼 있는 곳이어서 우리가 파병을 한다면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도 있다”며 “호르무즈 파병은 국군 파병 역사상 가장 위험한 파병으로, 국익과 안전을 위해 파병은 신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일본도 이미 파병을 결정한 상황이어서 한국도 결정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일본은 지난해 말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군인 260명을 호르무즈 해협에 가까운 해역에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개헌을 추진해 평화헌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자위대의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돼 있다. 또, 한국은 일본에 비해 훨씬 많은 교민과 기업들이 중동에서 활동하고 있고, 교역과 사업 규모도 크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당연히 (파병을) 요청하겠지만, 이라크에 우리 국민 1600명, 이란에 290명, 그중에서도 테헤란에 240명이 있다. 정부의 결정이 (이들 안위에) 영향을 미친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정세분석에 있어서나 중동지역 나라와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애초 검토했던 청해부대의 역할을 확대하려던 식의 방안은 이제 미국-이란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현지에 정부 합동 조사단을 먼저 파견해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는 데 한정한 역할인지, 미국-이란의 분쟁에 휩쓸리게 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명확히 파악해 후자라면 국회 동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희 성연철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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