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국무위원이 2018년 9월8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르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문제 등 여러 현안으로 미-중이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살벌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알려진 갑작스러운 방한 일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13일 양 정치국원의 갑작스러운 방한 사실을 묻는 질문에 철저히 침묵을 지켰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 정치국원의 방한 일정과 의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드릴 내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관련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아,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 이르면 다음주께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양 정치국원이 이번 방한에서 논의할 의제도 아직 정확히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치국원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 이후 2년여 만이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 이유를 꼽자면 먼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 논의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라면 코로나19 위기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양 정치국원과 같은 고위 인사가 통상적인 외교부 라인을 건너뛰며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은 올해 안이라는 원칙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적정한 시기에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놓고 조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이 때문에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는 진짜 이유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직접 중국의 입장을 전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떠올려볼 수 있는 현안은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즉흥적으로 꺼낸 주요 7개국(G7) 틀 확대 문제와 청와대가 지난달 말 발표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가 중국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9일 “완전한 미사일 주권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을 해나가자”며 현재 800㎞로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이 현재 기준에서 사거리를 넓히면, 한국은 북한 전역은 물론이고 베이징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여전히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동맹인 한국의 탄도미사일을 활용해 중국을 직접 견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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