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3월30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부터 이틀간 부산을 방문한다. 홍콩 사태 등으로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면에서 이뤄지는 방한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양 정치국원이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21일부터 22일까지 부산을 방문한다. 서 실장은 양제츠 위원과 22일 오전 회담에 이어 오찬 협의를 통해 한-중 코로나19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정치국원이 한국을 찾는 것은 북-미 핵협상이 진행되던 2018년 7월 극비 방한 이후 2년여 만이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된 뒤 이뤄지는 중국 고위급 인사의 첫 방한이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회담 장소가 부산으로 결정된 배경에 대해 “중국 쪽의 일정 및 희망사항 등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19 확산 문제와 이번 회담 장소 결정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의 가장 큰 목적은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즉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 협의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등 다른 현안도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양국 정부는 그동안 “시 주석의 방한은 올해 안이라는 원칙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왔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혀 방한 자체에 대해 당국 간 큰 이견은 없는 상태다. 주목할 부분은 ‘연내’라는 시점이다.
미국은 중국이 6월30일 홍콩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홍콩 국가안전유지법을 제정한 뒤, ‘전체주의 중국’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닉슨 기념 박물관 연설에서 “우리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의 나라들은 중국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베이징의 행동은 우리 국민과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닷새 뒤 오스트레일리아와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 회의)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는 미국과 함께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동반자로 한국을 거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성사된다면,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포위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된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시점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계륵으로 보이는 지점도 있다”며 “미-중 갈등을 잘 이용해 미국에겐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 등을 끌어내고 마음이 급한 중국에게서도 최대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얻어내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올해 한국에서 열게 되는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 등의 협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홍콩 국가안전유지법 제정 이후 시 주석의 국빈 방문에 냉담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에 화답할지는 불투명하다.
서영지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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