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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중국 “협력의 동반자”…한국 “미·중 협력해야 평화”

등록 2020-08-23 19:16수정 2020-08-24 02:41

[뉴스분석] 서훈-양제츠 6시간 회담
중, 한국 끌어들여 미국 견제 전략
한, 미·중 관계개선 갈등해소 촉구
양자택일 압박서 ‘중심잡기’ 숙제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호텔 테라스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시간 동안, 모든 주제를 놓고, 충분하고 폭넓게,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오늘 충분하게 아주 좋은 이야기를 했다.”(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22일 오후, 오랜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서훈 실장과 양제츠 정치국원은 홀가분한 얼굴로 쏟아지는 질문에 짧게 응답했다. 마스크 위쪽으로 드러나는 표정과 활발한 손짓이 6시간에 걸친 이날 대화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 회담이 한-중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미묘한 시점’ 때문이었다. 지난 6월 말 중국이 홍콩인들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홍콩국가안전법을 제정한 뒤, 미-중 간 패권 갈등은 경제·군사를 넘어 이념의 영역까지 점점 노골화·전방위화되는 중이다. 미국은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 2척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지난달 23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연설에서 미국·유럽·한국·일본 등 자유주의 국가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항해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움츠려 있던 중국이 한달이란 장고 끝에 한국(20~21일)과 싱가포르(19~20일)를 콕 찍어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정치국원을 파견한 것이다. 미-중 사이 중립 외교를 표방하는 싱가포르와 지정학적·경제적으로 대중 의존도가 큰 한국과 관계를 강화해 미국의 ‘중국 포위망’을 견뎌내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힌다.

이날 둘의 대화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 “서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의 동반자로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요구한 데 대해 한국이 “미-중 간 공영과 우호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서면브리핑)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소통과 관계 강화를 요구하는 중국에 서훈 실장이 △코로나19 협력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일대일로’ 연계협력 시범사업 발굴 등 협력할 것은 협력하기로 하면서 현재 문제의 근본 원인인 미-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양국은 이날 초미의 관심사인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양 정치국원은 “한국이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방한이 현실화되면, 2014년 7월 이후 6년여 만의 방한이 된다. 둘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연내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22일 <인민일보> 보도를 보면, 이번 방한에 대한 중국의 기대를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양 정치국원은 이날 서 실장에게 “고위층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발전 전략의 적극적 연계를 추진”하는 것을 통해 “중-한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또 중국식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을 인식한 듯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신형 국제관계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한국과 함께 다자간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를 하기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미국 우선주의’가 도드라지는 주요 현안에서 한국이 중국 편을 들어주길 에둘러 요청한 셈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항공편 증설’ 등 실무적 문제에 방점을 찍었다면, 중국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를 언급하는 등 근본적·구조적 관계 재설정 문제에 치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날 대화는 미소로 마무리됐지만, 정작 문제는 앞으로다. 이날 ‘탐색적 회담’ 이후 시 주석 방한과 연계해 소통과 관계 강화를 요구하는 중국의 전방위적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사드 갈등’ 때와 같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민감한 현안이 불거지면 4년 전처럼 다시 여러가지 고통을 감수하게 될 수 있다.

길윤형 서영지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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