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장관(왼쪽 둘째)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맨 오른쪽)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주 앉아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최근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 6월께부터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추진해온 쿼드(Quad)와 ‘청정 네트워크’ 등 ‘대중 포위’ 전략에 한국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포위를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선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초한 ‘쿼드’, 경제 분야에선 화웨이 등 중국 첨단 기업을 고립시키는 ‘청정 네트워크’ 등 여러 구상을 쏟아내는 중이다. 먼저, 쿼드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23일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지원하면 서서히 민주적인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역대 미 행정부의 대중 ‘관여정책’이 실패했다며 ‘중국 포위’를 위한 ‘자유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제창했다.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8월 말 미국-인도 전략동반자 포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엔 “분명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럽연합(EU)과 같은 다자구조가 없다”며 “(쿼드라 불리는) 4개국이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미국은 지난 6일 도쿄에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쿼드 4개국이 모인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이 모임의 정례화를 선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4개국이 연대해 중국공산당의 부패, 착취, 억압으로부터 시민들을 지켜야 할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어 언론 인터뷰에선 “(4개국) 협력을 다른 나라들로 확장해 장래 인도·태평양에 다국 간 안전보장의 틀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경제 분야에선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인 화웨이의 급속한 성장이 미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보고 포위·고립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왔다. ‘수요 측면’에서 지난해 초부터 동맹국들에 화웨이가 절대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차세대 무선통신(5G) 분야에서 이 회사의 제품을 배제하라고 압력을 가했고, ‘공급 측면’에서도 지난달 15일부터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를 미국 승인 없이 팔 수 없게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5일 기자회견에선 “시민의 개인정보와 기업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중국공산당 같은 악의적 행위자들의 공격적 침투로부터 보호하자”는 명분을 들어 △통신망 △스마트폰 앱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서 중국 기업들을 퇴출시키자며 동맹국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4일 회상으로 열린 제5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체에서 ‘청정 네트워크’ 동참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들에 대한 도를 넘은 공세적 요구를 두고선 미국 내에서도 여러 비판이 쏟아지는 중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에서 뜻이 맞는 국가들이 연합을 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결코 무엇인가에 대항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쿼드 참가국들도 홍콩과 남중국해 등에서 보듯 중국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이 모임이 중국 견제를 위한 집단안보체제로 발전하는 데까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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