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가 자신의 저서 <정치가의 각오>에 직접 서명을 해줬다는 사실을 밝히며 “(스가 총리가) 굉장히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박 원장은 악화된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8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박 원장은 10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스가 총리와 만났다고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밝혔다. 박 원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서 조율했다. 스가 총리께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고, 저도 충분히 말씀 올렸다”고 했다. 박 원장은 거듭 스가 총리가 “굉장히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며 최근 재출간된 저서 <정치가의 각오>에 직접 서명을 해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박 원장은 한-일 관계 악화의 핵심 원인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선 “어찌 되었건 한일 양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그러하기 때문에 계속 대화를 하면 잘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문 대통령의 친서 소지 여부에 대해선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구두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음을 밝혔다. 앞서, 청와대 당국자는 친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상외교 사안에선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 점 양해 부탁 바란다”고 했다.
이번 만남에서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가 조건으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 주듯 가토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가 더 높은 레벨에서 한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만약 현금화가 되면 (한-일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말할 필요가 있다. 또, 지난번 한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언급했듯 한국이 조기에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자세로 강하게 부딪혀 가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구체적 해법보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정상 차원의 통 큰 결단을 요청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 원장은 이번 방일에 앞서 주변에 한-일 관계의 획기적인 새 시대를 연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에 필적하는 ‘문재인-스가 선언’을 통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길윤형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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