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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자객’에 쫓기는 유승민의 사람들

등록 2015-12-09 16:29수정 2015-12-09 17:59

정치BAR
대구 지역언론, 유승민 측근들 대상 가상대결 여론조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17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장에서 만나 기념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17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장에서 만나 기념촬영하기 위해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청와대발 물갈이설이 덮친 대구에 ‘여론 자객’이 떴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들이 일주일에 한 명씩 지역 유력언론사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칼침’을 맞고 있다.

첫 칼은 지난달 말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이 맞았다. 아직 공식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맞붙인 여론조사에서, 정 장관이 류 의원을 7%포인트 앞선 결과가 나왔다. 정 장관의 출마 이유를 묻는 여론조사 문항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위해’, ‘류성걸 현 의원의 의정활동이 미진해서’, ‘동구에 경주 출신이 많아서’, ‘잘 모르겠다’였다. 40.6%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위해 정 장관이 출마했다고 답했다. 이 여론조사의 해설기사 제목은 이렇다. ‘“박근혜 정부 성공 원해”…‘박심’에 밀리는 현역’.

24시간이 짧은 정치인의 시계에서 일주일은 빠르다.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 차례가 바로 돌아왔다. ‘자객이 떴다’는 소식에 마음의 준비는 했겠지만 자신이 두 번째 대상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김 의원은 다른 출마 예상자에 견줘 1.3%포인트 뒤졌다. 오차범위 내 접전을 위안으로 삼으려 해도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8일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에게 ‘여론조사 3위’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그것도 출마 예상자 2명에게 각각 6.8%포인트, 5.6%포인트 뒤진 3위였다.

복면도 하지 않은 맨얼굴의 여론 자객이 출몰하자 “다음 차례는 김상훈(대구 서구)이냐”, “유승민(대구 동을)은 마지막 칼을 맞는 거냐”는 흉흉한 말들이 삭풍을 타고 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구지역 초선 비율은 58.3%였다. 전국 평균(49.4%)보다 높았다. 전체 12석 가운데 절반 넘게 물갈이가 됐다는 얘기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이들에게 여론 자객이 뜬 것이 아니라, 실제 현역 의원들을 바꿔보려는 지역 유권자들의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정종섭 장관 출마 이유를 유권자에게 묻고
20대 응답자에 가중치 10배…신뢰도 갸웃

하지만 지역 의원들의 불만은 높다. 여론조사 방식과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찍어내기’ 파동 속에 유 의원 쪽에 섰던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설이 나도는 가운데, 해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줄줄이 여론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는 점을 접어두더라도, 정종섭 장관의 출마 이유를 정 장관 본인이 아닌 유권자들에게 물었듯이 여론조사 내용을 뜯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희국 의원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전문가들은 “가중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에는 연령별, 성별, 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한다. 실제 연령·성별 분포와 여론조사 응답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정’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인구가 1000명이고 이 가운데 20대 인구가 200명(20%)일 경우, 여론조사에서도 이 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춰야 신뢰도가 높아진다.

유선전화 자동응답조사(ARS)로 진행된 대구 중·남구 여론조사 응답자는 78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20대는 11명(1.4%)에 불과했다. 대구에 기반한 해당 여론조사기관은 20대에 무려 10.82배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11명×10.82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응답자 수는 11명에서 119명(16.8%)으로 늘어났다. 60대 이상 응답자는 492명(62.8%)이었는데, 여기에는 가중치 0.42를 적용해 응답자 수를 209명(29.4%)으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시기 이뤄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연령별 가중치가 0.85~1.08배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9일 “우리는 가중배율을 어떤 경우에도 1.2배를 넘기지 않는다. 가중치를 크게 쓰면 결과가 이상하게 변질된다. 자동응답방식 조사를 하는 업체들의 경우 이런 식의 과도한 가중치 부여가 전혀 통제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는 가중치 기준을 규정하는 내용은 아직 없다. 이 전문가는 “중앙선관위의 경우 2.5배까지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른바 유승민계 의원들은 여론조사 대상 선정과 조사 방식,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내면서도 영향력이 큰 지역언론사와 ‘각’을 세울 수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사 결과가 계속 이어지면 물갈이론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 지역 다른 의원의 보좌관은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어도 지역 유력언론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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