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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호 법안에 담긴 시대상…경제민주화, 보수정권의 서막

등록 2016-05-31 13:18수정 2016-05-31 14:00

정치BAR_1호 법안 위해 제비뽑기까지
20대 국회 1호법안이란 영예를 차지하려고 보좌진이 밤샘 대기까지 했던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20대 임기 첫날인 5월30일 오전 의안과 문이 열리자 마자 법안을 제출하려고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0대 국회 1호법안이란 영예를 차지하려고 보좌진이 밤샘 대기까지 했던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20대 임기 첫날인 5월30일 오전 의안과 문이 열리자 마자 법안을 제출하려고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개원 때마다 ‘1호 법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해가고 있습니다. 의원 보좌관들이 국회 사무처 앞에서 밤새는 풍경은 더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여야 각 정당들도 ‘1호법안’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당의 정체성, 상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시급히 제출해야했던, 역대 1호 법안들로 시대상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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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도 비정규직 보호법 내던 19대…경제민주화 시대

2012년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19대 국회의 1호 법안은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었습니다. 김 의원 보좌진은 사흘 전인 27일부터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사무실 앞을 하루 3교대로 지켰어요.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투혼에 놀라 1호 법안을 노렸던 다른 의원 보좌진들은 아예 포기했다고 합니다.

각 당의 공식 1호 법안은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을 토대로 민생 복지 법안 12건을 제출하면서 이한구 원내대표가 발의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을 공식 1호 법안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법안은 비정규직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 등’의 내용을 명확히 해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대표발의했는데 두 개정안은 세부적인 방법론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취지는 비슷했습니다.

민주당의 공식 1호 법안은 한명숙 전 대표가 발의한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제정안이었습니다. ‘반값등록금’을 위해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2년 무렵 정가를 휩쓸었던 ‘경제민주화’ 바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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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흔들던 18대…보수정권의 서막

18대 국회는 이명박 정권이 시작된 지 3개월 뒤인 2008년 5월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참여정부의 상징, 종합부동산세를 손보는 법안 접수로 문을 열었죠. 이혜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1세대 1주택 소유자를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안’을 개원 당일인 5월 30일 제출했습니다. 보유 부동산 가액도 세대별이 아닌 개인별로 합산하도록 바꿨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 이상에서 9억~10억원 이상으로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혜훈 의원 쪽은 “종부세 뼈대를 유지하면서 일부 문제점만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죠. 그러나 부부 공동명의로 된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6억원 미만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부세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혜훈 의원은 1호 법안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뻔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무소속 이인기 의원의 보좌진은 5월 29일 오후 9시40분부터 국회 의안과 사무실 옆 간이의자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30일 오전 1시 반께 나타난 이혜훈 의원 보좌진은 의안실 문고리를 붙잡고 아침까지 버텼습니다. 누구에게 우선권이 있을까요? 이들은 밤새도록 “사무실에 먼저 들어갈 권리가 나에게 있다”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난감해진 국회 의안과 직원들이 제비뽑기를 제안했고, 결국 이혜훈 의원에게 행운이 돌아갔습니다.(이런 선례 때문인지 4년뒤 김정록 의원 보좌진들은 사흘 밤낮을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버팁니다.)

야당의 1호 법안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이때문에 집시법 개정 여론이 뜨거웠습니다. 직전 정부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해 더욱 주목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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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법안’ 홍보 수단이 되다…17대

1호 법안을 홍보 수단으로 인식한 건 17대 국회부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개원 이틀 뒤인 2004년 6월1일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수입 식육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이었죠. 음식점들이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임기 개시 이틀만에 법안을 제출했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과거의 ‘정쟁 국회’에서 탈피해 ‘정책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국회의원들이 적극 수렴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실 1호 법안보다 먼저 접수된 안건이 있었습니다.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은 개원 다음날인 5월31일, ‘저출산 및 고령화 사회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내에 특위를 구성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1호 법안은 이인기 의원, 1호 안건은 안 의원 몫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17대 국회 다수당이 된 여당, 열린우리당은 ‘6.25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2∼3년간 민간인희생사건 진상규명위를 설치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등 위원회의 조사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었죠. 순서상 이 법보다 먼저 접수된 열린우리당 의원의 법안도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상징적인 ‘1호 법안’으로 보면 됩니다. 참여정부표 ‘역사바로 세우기’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15·16대 국회 의원들의 ‘1호 법안’은 김홍신 의원 차지였습니다. 그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5·16대 국회에서 연거푸 제일 먼저 제출했습니다. 국회의원 임기가 48개월인데 49개월분 세비를 수령하게 돼 있는 것을 고치자는 게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5월30일에 임기가 시작되는데도 5월 한달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 한달치 세비를 받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죠. 15대땐 통과하지 못했고 16대 들어서야 통과됐습니다.

15대(1996년 5월~), 14대(1992년 5월~) 국회때 첫번째로 접수된 의안은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이었습니다. 15대때 정부는 국회 개원 6일만에 ‘국세기본법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14대때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개원 6일만에 제출했고요. 이때만 해도 국회의원들은 느긋하게 법률안을 제출했습니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20대 임기 첫날인 5월30일 오전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20대 임기 첫날인 5월30일 오전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5월 30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도 의원들은 ‘1호 법안’ 경쟁을 벌였습니다. 보좌진의 밤샘 접수에 힘입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을)이 지역구 관련 법률안인 ‘파주 평화경제특구법’으로 영광을 차지했죠. 일하겠다는 데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1호를 향한 집념을, 4년 의정활동 내내 간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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