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바로 전날 ICM(영국여론조사 기관)이 <가디언>을 위해 정리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1% 차이로 보수당을 넘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 예측했다. (중략) 캐머런 총리는(보수당) 심지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사임 성명서를 준비하면서 측근들 앞에서 리허설까지 마쳤다. (중략) 2015 영국총선은 보수당의 완벽한 승리였다”- <왜 보수당이 이겼나(Why The Tories Won)> 중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선대위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의원이 2015년 영국 총선 사례를 들며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이 의원이 26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문 후보가 큰 흐름을 잡은 건 확실하다"면서도 “선거는 한 표 때문에 지고 한 표 때문에 이긴다고 했다.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2015년 영국 총선 때 여론조사에서 앞선 노동당이 보수당에 패배한 사례를 언급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영국 정치전문 기자 출신 팀 로스가 쓴 <왜 보수당이 이겼나>라는 책의 요약본을 의원들에게 돌리며 영국 노동당 총선 패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은 보수당의 선거 캠페인 전략을 분석하고, 여론조사에 취해 부실한 캠페인을 진행한 노동당의 모습과 비교했다.
당시 보수당은 ‘경제 분야에서의 신뢰감’을 총선 브랜드로 삼고 일관되게 “보수당은 경제적으로 유능하고 장기적인 경제계획이 있는 당이다. 다른 당들은 보수당과 달리 경제적 혼돈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론과 미디어를 통해 전파했다. 노동당이 경제에 무능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포커스 그룹 조사에 기반을 둔 선거 전략이었다. 노동당이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공약집을 통해 “매년 국가 적자를 줄이고, 국채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로스는 “유권자를 안심시키기에는 너무 늦은 시도였다”고 지적했다.
책은 리더십에서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보수당)가 형제 사이의 다툼(형 데이비드 밀리밴드는 동생과 노동당 대표 경쟁에서 패한 뒤 정계 은퇴)과 사생활 문제로 잡음이 있던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보다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줬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은 상대적으로 유능한 캐머런의 리더십을 선거 내내 강조했다. 또 보수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환경, 이민 정책 관련 주제는 ‘침묵 전략’을 선택한 것도 승리의 요인이라고 꼽았다.
반면 노동당은 경제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유권자에게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냈고,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된 밀리밴드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실패했다. 또 수천명의 활동가들이 발로 뛰는 ‘지상전’을 진행했지만 실상은 공허했다고 로스는 지적했다. 노동당 관계자는 “현장유세를 가도 대화를 나눌 아무 상대도 만나지 못했고, 언론도 없었다. 그것은 묵묵부답의 침묵이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현장유세 전략, 유권자 타켓팅 등 모든 것에서 실패한 것이다.
이 의원은 “영국 노동당이 겪은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여론조사의 우위에 취해서도 안된다. 바닥 다지기와 투표운동을 소홀히 해도 안된다. 서로 잘났다고 반목하면서 혼선을 빚어도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보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없다면 승리는 쉽게 우리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끝까지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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