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 소신파’ 김성태·권성동·장제원·황영철
바른정당 탈당 소식에 ‘실시간 검색어 줄세우기’
“소신·명분 없다”, “구태정치 그만 보자” 비판 봇물
바른정당 탈당 소식에 ‘실시간 검색어 줄세우기’
“소신·명분 없다”, “구태정치 그만 보자” 비판 봇물
2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바른정당 의원 다수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바른정당의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귀를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색어 순위에서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황영철 의원 등의 이름이 한참동안 올라있던 게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돌 스타’들만 할 수 있다는 ‘실시간 검색어 줄세우기’를 정치인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이들 ‘4인방’은 옛 새누리당이 배출한 ‘탄핵스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성태·장제원·황영철 의원 3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 국회를 대표한 소추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2016년 12월21일 새누리당 탈당 결의문을 통해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길을 모으고자 새로운 길에 뜻을 모았다.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킨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며 진정한 보수 정치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던 모양입니다. 스스로 ‘가짜보수’라고 규정했던 친박 정당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누리꾼들은 이들의 이름을 클릭하며 확인을 거듭했습니다.
김성태 의원은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위원장으로서 사회를 보면서 ‘쿨가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4차 청문회를 진행하던 중 시민이 보낸 문자를 보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되며 ‘쿨가이’로 불렸습니다. 해당 문자는 “위원장님 아 공개해줘요. 무슨 파장은 이미 다 예상하고 있는 건데 해줘요. 해줘요 해줘요 해줘요 멋쟁이 의원이 해줘요. 새누리당에서 제일 잘생긴 김성태 위원장님 공개해줘요 쿨가이”(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이날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에 대한 사생활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증거로 제시한 문건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라는 내용이었죠. 김 의원은 청문회 사회를 보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증인들의 답변이 불량할 때면 “자세 바로잡고 똑바로 대답하라”고 호통을 쳐 국민들로부터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를 대표해 탄핵소추위원을 맡았습니다. 지난 2월27일 최후변론에서 “국민은 피를 흘려 공산세력의 침입을 막아냈고,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국민은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주십시오”라고 울먹이며 변론문을 읽어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황영철 의원도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을 능가하는 ‘송곳 질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을 몰아붙여,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경호실에서 확인할 수 없는 이른바 ‘보안손님’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독대 때 ‘문화융성과 스포츠(체육) 발전이 중요하니까 삼성도 많이 지원해달라’고 했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회장은 그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나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니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씀이 계셨다”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하던 중이었죠. 이후 황 의원은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비박계가 주도한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고, 바른정당 창당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황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고 탈당계도 냈지만, 이날 오후 다시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제원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청문회 당시 “백옥주사, 태반주사, 감초주사를 청와대에 반입해 박 대통령에게 처방한 게 맞느냐”고 계속해서 물었고, 결국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한테서 “필요한 처방에 따라 처방됐다”는 답변을 끌어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최순실의 딸을 위해 19억 원 상당의 말을 사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에 장 의원은 ‘야당 같은 여당 의원’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죠.
유승민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았던 황영철 의원은 지난 4월13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 우리의 결단에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많은 박수와 격려는 어디에 갔습니까. 간절하게 호소드립니다. 바른정당을, 유승민 후보를 지켜주십시오”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탈당파’ 의원들은 “친북좌파-패권 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됩니다. 보수 세력의 집권을 위해 지나간 과거와 서로에 대한 아픈 기억은 다 잊고 대동단결하기를 촉구합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탄핵스타 4인방’의 ’변절(?)’에 누리꾼들은 실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청문회 스타들이 박근혜 사면하자는 정당에 백기투항이라…. 구태정치 이제 그만 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주장한 장제원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는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니”, “소신도 명분도 없다”, “온갖 궤변으로 친박당에 다시 들어간다. 입으로만 정치하는 척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누리집 게시판에는 “이참에 진짜를 가려내자”, “굳세어라 유승민”, “힘내라 바른정당” 등의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네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김성태 의원이 지난해 12월15일 오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제출한 ‘대법원장 사찰 의혹 관련 국정원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김성동 법제사법위원장과 김관영 국민의당 소추위원단 간사가 지난해 12월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황영철 의원(오른쪽)이 새누리당 탈당 전인 지난해 12월6일 저녁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씨에게 말을 사준 이유에 대해 따져 묻고 있다. 왼쪽은 이종구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장제원 의원이 새누리당 탈당 직전인 지난해 12월22일 밤 국회에서 계속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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