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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은 우원식…‘우공이산’ 으로 ‘사면초가’ 넘었다

등록 2017-08-23 18:17수정 2017-08-23 18:17

정치BAR_‘극한직업’ 여당 원내대표의 토로
“그동안 참을 인(忍)자 수없이 새겨…문재인 정부 성공 위한 숙명”
을지로위원장 시절 각인된 강성 이미지 벗고 ‘협치 조정자’ 자임
교섭단체 합의 없인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든 여소야대 4당체제서
일자리추경·정부조직법 통과 성과…추경 처리 표결 지연엔 “송구”
“지난 100일은 참을 인(忍)자를 수없이 새겨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제 숙명으로 생각했습니다.”

23일 취임 100일을 맞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0일을 이렇게 돌이켰다. 지난해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에게 패해 한 차례 재수한 끝에,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우 원내대표는 ‘우공이산’(어리석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 ‘우보만리’(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 리를 감)의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지난 100일 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4당체제’라는 난제를 정치적 기교보단 우직한 설득으로 풀어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23일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들로부터 선인장 화분을 선물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제윤경·조응천 의원,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윤관석·강훈식 의원.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23일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들로부터 선인장 화분을 선물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제윤경·조응천 의원,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윤관석·강훈식 의원.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민주당의 ‘왼쪽 날개’인 을지로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맡기 전까진 당내에서 대표적인 강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9년만의 정권교체 직후 원내대표가 되면서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청와대와 야당들을 잇는 ‘갈등의 중재자’, ‘협치의 조정자’로서 낮은 자세를 유지해왔다. 교섭단체들의 합의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 위에서 4당체제는 새 정권의 덫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탓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막힌 곳은 뚫고, 끊어지면 잇고, 없으면 새로운 길도 만들겠다는 각오로, 당·정·청의 긴밀한 소통과 여야의 원만한 협력을 추구하며, 국회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우 원내대표에게 가장 큰 성과이자 첫 시험대였다. 야3당이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추경안 심사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몇 차례나 엎치락뒤치락했다. 여기에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심사를 건드리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험난한 협상이 이어졌다. 요구사항이 모두 다른 야3당을 상대하며 회동에 회동을 거듭하는 것만이 ‘우공’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이었다. “한 가지 사안을 두고도 각 당의 입장에 따라 경우의 수가 수십 가지에 이를 정도로 원내협상은 고차원 방정식 같았다”고 그는 돌이켰다.

힘겨운 협상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쏟아진 비판도 우 원내대표를 고립무원의 처지로 만들었다. 강력한 적폐청산을 기대하는 지지자들의 요청이, 야당을 설득하며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하는 국회의 현실과 엇갈려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해도 이런 협상 없이 개혁은 난망”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에 해야할 일은 많고 협상은 불가피한데 지지자들은 원칙적으로 해주기를 바란다. 협치하기 위해 일정 부분 양보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지지자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난국에서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를 움직여 국민의당을 향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리 사과’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도록 설득해 협상의 말미를 얻기도 했다. 청와대와 문 대통령이 우 원내대표의 최고의 우군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정책 추진을 논의하기 위해 종종 우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자신을 환송하러 나온 우 원내대표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추경 처리 과정에 나타난 야당의 갖은 발목잡기에도 굴하지 않았고,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서라면 청와대 설득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추경이야말로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 타협의 산물로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달 추경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 일부가 불참하면서 표결이 지연된 데 대해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결 참여를 약속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며 벌어진 일이지만 중요한 표결을 앞두고 ‘집안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당시 비판이 쏟아졌다. 우 원내대표는 “비록 국회의장 중재 하에 이뤄진 약속조차 헌신짝처럼 내던진 자유한국당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마저 대비했어야 하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국회운영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경 처리가 우 원내대표의 연습게임이었다면, 정기국회는 본게임이다. 문재인 정권 첫 해 개혁의 성패가 이번 정기국회에 달려있다. 우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우선 경각에 달한 민생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사회복지체제 구축을 3대 민생과제로 선정하고 이 원칙에 따라 2018년도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기초연금법 개정, 아동수당 도입, 초고소득자 및 초대기업에 대한 공정과세, 주거시장 안정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등 사회경제 개혁 법안들 또한 힘 있게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방송장악금지법 제정 지난 정권에서 적폐의 뿌리 역할을 해온 검찰, 국정원,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세월호특조위 2기의 조속한 구성을 위해 관련 특별법 처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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