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원 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연찬회의 ‘드레스 코드’는 흰색이었지만 홍준표 대표는 붉은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김남일 기자
“돈 없죠, 조직 없죠, 정권 뺏겼죠. 입으로 합니까?”
24일 오후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홍준표 대표와 소속 의원, 원외당협위원장과 당직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연찬회장에서 비장한 어조로 당무보고를 이어갔다. “우리는 정권 뺏긴 야당입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야당이란 실감을 뼛속까지 하느냐는 문제에선 그렇게 시원하게 답할 사람이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11월까지 당 체질 변화와 당협위원장 교체 등을 염두에 둔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홍준표식 물갈이’ 포석이라고 의심하지만, 홍문표 사무총장이 전한 당 상황은 9년만의 야당 생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얼마나 우리당이 어려운가 하면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여당 때 직간접적으로 156개 공공기관들이 우리 울타리였다. 지금은 한 곳도 우리 도와주는 곳이 없다”, “실례로 8월 말이면 여러 분이 추천했던 평통(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명단의 반 이상이 바뀔 것이다”, “
홍 사무총장은 홍 대표가 당무감사 기준으로 강조하는 청년·여성·직능 조직 강화를 위해 ‘비상소집’이 가능한 수준으로 당원을 확보하라고 ‘압박’했다. “각 지역에 100~150명의 청년·여성 당원을 필히 확보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청년당원 1~50번까지 서울에서 번개팅이 있다고 전국에 오더를 내리면 즉시 모여서 새로운 청년·여성 당원을 보여주는 걸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던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도 “그동안 조직 일선에서 뒤에 있었다. 앞으로는 전면에 나서줘야 한다”고 했다. 홍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이 되실 때 직능별로 이력을 낸 것을 다 갖고 있다. 직능별로 500명 당원, 100명 이상 진성·책임 당원을 확보해줘야 한다. 청년·여성도 100명 이상 확보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이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제2차 국회의원 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기념촬영에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교체 뒤 열린 첫 연찬회에서 당의 절박한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사당화 논란 속에 추진되는 홍준표식 당무감사를 위한 ‘사전 엄포’라는 비판도 있다. 한 원외 인사는 “‘너희들 모두 자를 수 있다’는 말을 연찬회 자리에서 꼭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홍준표 대표는 연찬회 인사말에서 “창당 이래 이렇게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여러분들의 결집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어 “관제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와 달리 우리 자체 조사 기준으로 보면 자유한국당이 이제 부활하기 시작했다. 어제 여론조사로는 (지지율이) 20%가 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안/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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