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땐 의원직 상실…민주 “형평성 잃은 표적수사” 반발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김용균)는 8일, 지난 2002년에 대기업들한테서 10억5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한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 대표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에스케이(SK)그룹으로부터 4억원을 받고, 같은 해 4월 당 대표 경선 때 박아무개 당시 하이테크하우징 회장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의원직 유지가 위태로워짐에 따라 5·31 지방선거를 3개월 남짓 남겨둔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번 판결이 선거 판도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민주당에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위상 약화로 구심점이 흔들리면서 당이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민주당에 대한 지역의 동정 여론에 불이 붙어 지지층이 더욱 결속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민주당 쪽은 ‘형평성을 잃은 민주당 죽이기’라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경선자금을 문제삼아 한 대표만 기소한 것은 명백한 표적수사”라며 “불법 경선자금을 사용했다고 고백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원, 정동영 전 의원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유 대변인은 또, 한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을 중도포기한 점을 들어, “기름값이 들어도 완주한 사람이 더 많이 들었을 것 아니냐.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 무단횡단을 했는데, 왜 한 사람만 딱지를 떼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주당 당원 500여명도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항의집회를 연 데 이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또 16개 시·도별로 항의집회도 열기로 했다. 한 대표는 9일 새해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임석규 고나무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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