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방북과 관계없다” 사전조율 언론추측 부인
리종혁과 예사롭지 않은 동행
리종혁과 예사롭지 않은 동행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에 딸린 열린정책연구원 원장 자격으로 4박5일 동안 북한을 방문한 뒤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귀국했다.
임 의원은 돌아오자마자 여러 언론에 적잖이 ‘시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는 4월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힌 터여서, 임 의원의 방북에 김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위한 사전조율 목적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특히 방북에 앞서 김 전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당시 내정자 신분)을 잇달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12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에겐 문안인사차 찾아갔던 것이고, 이 장관은 국무위원 내정자로서 신임인사를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방북 기간 동안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 의원의 방북에는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 많다. 우선 이번 방북은 북쪽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북기간 내내 임 의원과 동행한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장은 지난 2004년 김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달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임 의원과 리 부위원장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같은 차를 타 귀엣말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남쪽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북쪽의 대표적 대남통이 ‘일대일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눈 셈이다. 공식 발표에 담을 수 없는 여러 ‘은밀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간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위폐 문제에 대해 임 의원은 “우리 쪽의 ‘우려’를 전달했고, 이에 대해 북쪽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없다”면서도 “지난 9일 북 외무성이 국제적인 반자금세척 활동에 적극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성의를 갖고 이 문제를 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북쪽이 “국제정세를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10일 면담에 대해서도 임 의원은 “예방 차원”임을 강조했다. 만수대의사당에서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기념촬영에 이어 김 위원장이 먼저 10여분 발언을 했고, 임 의원도 10분 남짓 답사를 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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