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대 대선은 어느 때보다 성평등 의제와 ‘젠더 갈등’ 이슈가 적극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각각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정춘숙 여성위원장(민주당)과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국민의힘)에게 정책 구상을 들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평등 공약은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여성을 향한 폭력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뿌리 깊은 성차별,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 노동과 이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여성이 직면한 현실을 폭넓게 아우르는 공약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여성·성평등 공약의 핵심은 무엇인가
“슬로건은 ‘이재명과 함께, 모두를 위한 성평등 대한민국’이다. 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란 관점을 담았다.
특히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수년째 성별임금 격차가 부동의 1위인 나라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53%(2019년 기준, 남성은 약 74%)를 밑돈다. 그런데 최근 약 석달 동안 당 여성위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을 다시 살펴보니, ‘여성 폭력’ 분야는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는데, ‘여성 노동’ 쪽은 부진했다는 평가가 모였다. 아무래도 폭력 사건은 하나 하나가 충격적이고 시의성이 있다 보니 정부와 정치인들 눈에 먼저 들어오게 된 결과 같다. 저는 여성의 낮은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물론 앞서 발표된 개인휴대용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 보급, 불법촬영 신고 플랫폼 도입, 디지털 성범죄 전담기구 전국 확대 등 여성 폭력과 관련한 공약들도 주요하게 추진할 것이다.
―초등학교 오후 3시 동시 하교, 오후 7시까지 돌봄 교실 제공 공약은 교육 현장의 반대가 상당하다.
“지금도 교사들은 수업시간이 끝난 뒤 엄청난 양의 행정 업무를 하고 있다. 교육 현장이 필요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늘려 온 문제도 누적돼 있다. 이런 상황을 놔두고 3시 하교제를 추진하면 안 된다고 본다. 현장 중심의 구체적 대안이 함께 나와야 하고, 무엇보다 각 학교에 아주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 재정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지금껏 개인이 돌봄을 위해 감당하던 비용을 사회가 쓰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돌봄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됐다. 이 경험을 살려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시킬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후보가 한다면 하는 실천력 있는 사람이니 그런 점을 믿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이 후보 입장은 무엇인가
“이 후보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 다양성, 다름이 인정되는, 약자가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뜻으로 안다. 지금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심각한데, 국회는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을 다루는 곳이다. 저는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를 시작해 여러 오해와 왜곡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가 ‘페미니즘 반대’ 글을 공유한 것을 두고 비판을 받았다.
“저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는 소수인데 단지 눈에 많이 띄기 때문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과다 대표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야기한 그런 일도 있었고, 이 후보의 어떤 이미지, 그리고 과거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주당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실망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여성 유권자들이 더 크게,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여성들의 요구가 있을 때 민주당에는 그것을 당 내부 논의로 연결시켜서 정책으로 만들어내게끔 역할을 할 사람도 저를 비롯해 여럿 있다. 그런 점을 믿어주시면서,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정치에 참여해줬으면 한다.
물론 당연히 민주당이 더 많이 귀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후보에게, 선대위에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소하게는 선대위 출범 때 ‘집사람’처럼 선거운동 중 해서는 안 되는 말 10가지를 여성위가 추려 선대위 전체에 공유하기도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학교 서울캠퍼스 강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한민국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범죄심리학자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 ‘그알(그것이 알고 싶다) 교수님’으로 더 유명한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한겨레>와 만나 “여성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소가 ‘미성년자 성폭력 피해자 영상진술 증거인정’에 위헌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아동의 성 보호를 강력하게 한다는 것이 공약 사항이다. 그 방향으로 어떻게 공약에 흡수될지 토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젊은 여성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20대 여성 비율이 극히 낮다.
“일단 이재명 후보는 페미니스트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스토킹 살인을 변론하면서 ‘술 마셔서 용서해 달라’고 한 점은 기본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 윤석열 후보는 민감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상당히 좀 굼뜨기도 한 데다 (여성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내가 믿는 부분은 그래도 윤 후보가 법치주의를 수호할 것이란 것이다. 나는 최대한 여성 문제가 주요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당과 후보를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에 선대위 활동에 뛰어들게 됐다.”
―어떤 점 때문에 20대 여성들이 국민의힘에 등 돌리고 있다고 느끼나.
“성별에 따른 분화 세태는 점점 심해져 이제 누구라도 중심을 잡아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선대위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군 가산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병원에 격리돼 일하는 간호사들에게도 똑같이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다음 단계로 ‘혐오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러 가지 평등이 기계적 평등이 아니고 상당히 ‘유연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약자 보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갈 수 있는 곳에 가서 역할을 발휘하게 해주면 그게 유연한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적으로 잘라서 욕하고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여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
―‘윤석열 선대위’엔 여성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지난 10일 발표한 ‘약자동행 범죄피해자 보호 1호 공약’에 많은 부분이 들어가 있다. △성폭력·가정 폭력 등 범죄피해자 통합 전담 기관 신설 △피해자 치유 지원금 △디지털 영상물 지속적 삭제를 통한 ‘잊힐 권리’ 보장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 △교제 살인도 가정폭력처벌법에 포섭 등의 내용이다. 이제 정해진 공약이 제대로 집행되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단계다.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을 십수년간 도왔지만, 결정적 순간에 여성 편에 서지 않더라. 의원 수가 많아 패스트트랙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여성 관련 법안을 한 번도 패스트트랙에 태우지 않았다.”
―최근 2030 여성을 대변하던 신지예씨가 선대위에 합류했다. 당내 논란도 만만찮게 이어지고 있다.
“들어오게 된 경위도 잘 모르고 운동을 같이했던 것도 아니기에 구체적 상황은 알지 못한다. 개인의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하고 기존의 국민의힘 세력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이 합류하는 상황 중 하나라는 인상 말고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엔번방방지법에 대한 윤 후보의 ‘검열’ 규정으로 여성계 반발이 거셌다.
“‘검열’이란 게 틀린 말이 아니다. 현행 엔번방방지법은 글자 그대로의 엔번방을 잡을 수 있는 법은 아니다. 텔레그램이나 디지털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은 하나도 처벌할 수 없다. 엔번방방지법이 엔번방을 잡을 수 없기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범죄자 통신권이 더 중요하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자의 통신권을 순전히 여성 인권을 위해 무시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특정해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지, 모든 것을 스크리닝하는 것은 불법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수사 가이드라인은 분명하게 있다. 잠입수사 등에 대해서는 국내법이 얼마나 수사하기가 어렵게 돼 있는지 난맥상이다. 법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4일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영상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제한을 두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어떻게 보는가.
“13살 미만 아동의 진술 특성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의제 강간 연령을 16살로 올린 이유는 인간 발달 과정에서 ‘형식적 추론’ 능력이 발달해야 ‘내가 말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예상해서 답을 할 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피고) 방어권을 헌법 정신의 수호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 당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진 않지만, 아동 성 보호를 강력하게 한다는 것이 공약 사항이다. 그 방향으로 어떻게 공약에 흡수될지 토의해보겠다. 전세계적인 기본 추세는 아동 인권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