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대전 서구 시청앞 네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2일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혀온 대전·충청을 찾아 기후위기 극복과 산업·일자리 전환 비전을 제시하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심 후보는 이날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를 방문해 “(정의당이) 출범부터 비정규직 정당을 선언해온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노동계’ 표심을 파고들었다. 특히 그는 전날 이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법정 티브이(TV) 토론회를 언급하며 “이번 대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삶을 언급하는 대통령 후보는 저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 4명 중 3명은 보수 그라운드로 가고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물론 최근 한국노총의 지지 선언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마저도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 “52시간제도 없애고, 최저임금제도 없애고,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고, 아직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성장하는 전근대적인 개발도상국 방식의 발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의 퇴행적 인식을 단호히 막고 시정을 강요할 수 있는 힘 있는 진보정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도 “매우 개혁적이고 진보적 사람으로 많이 인식돼 있었지만, 이번 대선에선 본인이 과거에 주장했던, 오늘의 이재명을 만들었던 개혁적이고 진보적 정책, 인식을 싹 다 바꿨다”고 직격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에도 이 후보가 친노동적이고 개혁적이어서 지지하는 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알던 이 후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심 후보는 “정말 기득권에 맞서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후보는 지금 딱 한 사람 남았다. 특히 노동자 중에서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참담한 노동환경에 주목하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의 힘을 다할 후보, 정당은 저와 정의당밖에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심 후보는 이에 앞서 대전을 방문해, 대전을 녹색 미래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대전 둔산우체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덕단지를 녹색혁신연구단지로 업그레이드하고 대전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연구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며 “대전은 대한민국의 과학수도이고 녹색미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충남이 대한민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문제, 지역경제 문제의 가장 정의로운 전환의 모범을 갖춰야 할 데가 바로 충남”이라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덕 연구단지에 집중하고 녹색벤처를 지원해서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대전에 가면 성심당이 있고, 대한민국에는 심상정이 있다”, “대전 가서 심상정 사와라”라는 농담이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과 심 후보의 이름이 비슷해서 생긴 농담을 전한 것이다. 심 후보가 유세를 마치고 내려오자 젊은 여성 지지자가 빨간색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날 천안 등에서도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천안터미널 사거리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까지 충남에서 태어났다. 지금 양당 후보로 혼탁해진 대선을 의의 고장 충남에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첫 법정 티브이 토론회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세 후보를 겨냥해 “70년 동안 달려온 경제 성장에 이어 또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 기득권의 대통령에 불과하다”며 “이제 국가가 돌보지 않은 사이에 가난의 수렁으로 빠진 어르신들, 청년들, 여성들 그리고 소상공인들 이런 우리 사회 약자들의 삶 보듬는 복지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외쳤다. 그의 외침에 시민들은 “심상정”을 연호했다.
정의당은 이날 유세에서 ‘지워진 목소리 시민연단’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직접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충남 아산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이날 유세차에 올라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어제(21일)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됐다. 여태까지 있다가 대선을 앞두고 생색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흔히 말하는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진정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대 양당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여러분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제 삶은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심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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