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8일 출범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실리 없는 중국 견제’ 기조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외교안보 멘토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외교안보 방향이 (강경하게) 갈 공산이 많은데 누군가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 견제 움직임은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 인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한미동맹 우선주의자이며,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실세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했다. 이종섭 전 합참차장도 이명박 정부 때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으로 한미동맹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수위 외교·안보 인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서 미국 전문가는 있지만, 중국 외교 전문가는 없다는 게 여러 곳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외교가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서 분수령에 있다고 하는데 양쪽 상황을 다 감안해 전략을 구성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미중관계를 대응해야 한다. 근데 일방적으로 (한미동맹에만) 경도되다 보면 다른 방면은 경시할 수 있으니 그런 점이 우려된다”
―외교안보 라인이 강경한 노선이라고 보나.
“거기로 갈 공산이 많은데, 제어해야 한다. 누가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우려되는 점이 뭔가.
“대중국 무역수지는 흑자는 보고 있지만, 전년도 무역수지는 2019년도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하향세다. 그런 만큼 산업정책, 대중국 무역정책도 조정해야 한다. 쿼드(QUAD·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하면 중국은 다시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중국 쪽에서 공개적으로 협박하더라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사드 추가배치 발언은 어떻게 보나.
“사드 추가배치는 이미 이뤄졌고, 괜한 말로 자극하면 안 된다. 관계를 설정해야지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우리가 패를 다 깔 필요가 없다. 특사 문제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특사 외교가 있었고, 중국에서 특사를 먼저 보내오면 당선자 쪽에서 취임식 초청장을 보내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먼저 나서 미국·유럽연합(EU)에만 특사를 보낸다는 등 왜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을이 되는지 모르겠다. 관계도 모르고, 의미도 모르고 답답한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과 대립하며) 이렇게 갈 필요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우리나라에 엄청난 타격이다. 한미동맹으로 감당할 타격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으로 인해 동맹국이 손해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우리가 말썽 피워서 부모 찾는 것도 한 두 번이고, 부모가 다시 합의금 낼 수 있는 것도 한두 번이다”
―안철수 위원장과도 얘기해봤나.
“글로벌 벨류 체인같은 경우도 과학기술 외교가 중요하다고 안 위원장에게 얘기한 적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산업을 기술·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글로벌 벨류 체인에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외교도 잘해야 한다. 과학기술 외교는 우리나라에서 담당하는 기구도 없는 만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령 미국이 (중국에) 제재를 가했음에도 우리는 수출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이 된 뒤 다시 조언했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단일화 선언한 뒤로 못 봤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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