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정부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음달 10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정부조직 개편을 미루고, 현 정부의 조직체계에 기반해 내각을 구성하기로 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여야 대치로 국정공백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논란이 된 여성가족부 폐지 방안 역시 보류하고 장관을 임명할 방침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연 인수위 브리핑에서 “최근 국내외 경제 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사안을 고려해서 민생 안정 등 당면한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조각도 현행 정부조직 체계에 기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조직 개편 문제와 관련해선 야당은 물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새 정부는 시급한 민생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국정운영 과정에서의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애초 4월 중순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인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개편의 핵심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은데다,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여당과 대치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통과는) 국회의 몫이다. 저희들이 그것이 확정되기를 기다렸다가 인선을 하면 국정에 굉장한 공백이 생긴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 조직법 체계 내에서 인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논란의 중심인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내각 명단에 포함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조직을 운영하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개편방안이 있는지 계획을 수립할 임무를 띠고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원점으로 돌린 것이냐’는 질문에 “공약은 현재 유효하다”며 “하지만 공약을 어떤 식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담아야 할 것인지 여러 견해가 있어서 이걸 그대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해체설이 나왔던 중소기업벤처부는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가부 등 일부 부처의 통폐합이 예정된 상황에서 해당 부처 장관이 임명될 경우, 임기 초반부터 업무 혼선 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임명하고 두 달 만에 그만두라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여가부가 해온 고유 업무와 새 시대에 맞는 역할과 부처를 어떻게 할건지 등을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분이 수행하는게 상식이고 순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새로 임명되는 여가부 장관이 폐지·통합 등 개편 논의를 총괄한다는 얘기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 교수는 “현 정부 조직체계에 기반해 인선을 하면 관료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처별로 연초에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있는데, 예산이나 인력 낭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을 출범 뒤로 미루면서 현 정부 조직체계에 기반한 새 정부 내각 인선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장제원 실장은 “일요일(10일)에 발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감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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