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SFIA) ‘복합위기 극복과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향한 경제안보 구상'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군림하는 청와대 참모조직을 뜯어고치겠다’며 수석비서관 폐지를 약속했지만, 현행 8수석 체제에서 민정수석을 없애고 일부 직제를 통합해 두 자리를 줄이는 선에서 수석비서관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라는 구호에만 집중하다 현실성 없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 결국 공약 파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3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정한 윤 당선자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대통령실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책실-비서실-국가안보실 체제인 현재의 참모조직에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만 남기며, 8개 수석실(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일자리·경제·사회)에서 민정수석실은 폐지되고 경제·일자리 수석은 통합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3실 8수석’에서 ‘2실 6수석’으로 축소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 당선자는 대선 공약집에서 “기존 대통령실은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독점”했다며 “수석비서관 폐지”를 약속했다. 수석비서관실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정부 부처를 지휘하면서 ‘청와대 정부’의 폐단을 낳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지만 윤 당선자는 수석비서관 대부분을 남겨놓을 예정이다.
윤 당선자 쪽은 수석비서관 직제 유지가 공약 파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정수석을 포함해 한두개 수석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능할 것 같다”며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없이 일할 수는 없다. 전문가 보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초 ‘수석비서관 폐지’ 공약이 선언적 구호였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도 “윤 당선자의 공약은 기존 수석비서관 명칭이 장관 위에서 군림하는 부정적 뉘앙스가 있으니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모든 걸 다 할 순 없지 않나. (수석비서관을) 전면 다 폐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했다.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지만 권한은 그 이상이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석비서관 폐지’가 ‘군림하는 대통령 참모조직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의 핵심은 특정 직책의 폐지보다는 참모와 대통령의 적절한 거리, 책임과 전문성이 있는 장관이 조화를 이루고 대통령과 관계를 분명히 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다”며 “수석비서관은 대통령 옆에서 정책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폐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윤 당선자의 공약은 수석비서관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처럼 부각시켜 폐지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존치하기로 한 수석비서관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무수석에는 3선 경력의 이진복 전 의원, 경제수석에는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으로 윤 당선자 후보 시절부터 경제 정책을 총괄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거론된다. 인수위 인사 검증을 주도하며 장관 후보자 검증 책임론이 불거진 주진우 전 부장검사는 인사수석이나 법무비서관, 혹은 내부 감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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