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 나갈 강원도지사 후보를 경선을 통해 가리기로 재결정했다. 황상무 전 <한국방송>(KBS) 앵커를 단수공천하기로 했다가 경선 배제(컷오프)된 김진태 전 의원 등이 반발하며 ‘윤심 공천’이라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김행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대변인은 18일 오후 공관위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저희가 애시당초 5·18과 불교 발언 관련해 정치적 숙려 기간을 당부했는데 김진태 전 의원께서 사과의 말씀을 하셨다. 그 사과가 진정성 있다고 공관위는 판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공관위가 이날 오전 공천 재논의 전제 조건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불교계 관련 문제적 발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는데, 김 전 의원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최고위도 이날 회의에서 “공천 배제 사유에 대해 이견이 존재한다”며 황 전 앵커의 단수 공천 안건을 보류한 바 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나흘째 단식 농성을 하던 김 전 의원은 이날 공관위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은 지 1시간 여만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군 개입설 관련 5·18 공청회를 제가 공동주최한 것은 맞다. 그 행사에서 나온 일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에 대해 제가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앞으로 다시는 5·18 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2015년 대한불교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한 것을 두고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전국의 고승대덕 및 불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황상무 전 앵커의 단수 공천을 번복한 것은 ‘윤심 공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김은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뜻에 따라 각각 충남지사·경기지사 경선에 출마했다는 얘기가 나온 데 이어, 지난 14일 공관위가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자의 선대위 언론전략기획단장을 지낸 황 전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만장일치로 단수 공천하자, 당내 윤심 공천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또 황 전 앵커로는 강원지사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김행 대변인은 “5·18이나 불교, 세월호 발언 등이 수도권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지만, 김 전 의원이 강원지사 선거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강원도 선거를 이겨야 하는 점도 있기 때문에, 일부 공관위원들이 사과를 할 기회를 줘보자는 의견을 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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