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공원 내 개방 부지에서 재난·안전사고 피해자 및 유가족들과의 오찬에 앞서 창밖을 살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인 ‘50조원 추경’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폐지하겠다던 ‘청와대 수석비서관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이어, 대선 공약 파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추경 규모와 관련 “(윤 당선자의 대선 공약대로) 50조원에 맞추기보다는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는데 드는 금액이 얼마인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현 정부에서 여섯 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손실보상을 두 차례 한 것 등도 감안하는 선에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수위에서도 50조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현재 손실을 온전하게 보상하면서도 경제적 충격을 없애는 방향으로 (추경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경 규모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인수위 안팎에선 물가 상승 등 추경이 경제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 추경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힘받고 있는 분위기다. 인수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무리하게 공약을 지키려하기보다 고물가 등의 현 경제 상황을 반영해 35조원대 규모로 재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당선자 쪽은 후보 시절 ‘군림하는 청와대 참모조직을 뜯어고치겠다’며 내세웠던 수석비서관 폐지를 약속했다가, 현행 8수석 체제에서 민정수석을 없애고 일부 직제를 통합해 두 자리를 줄이는 선에서 수석비서관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이라는 구호에만 집중하다 현실성 없는 약속을 해 결국 공약 파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추경 규모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데, 이것이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혼란스러운 인수위 기간에 은근슬쩍 공약을 파기하기보다는 왜 지킬 수 없는지, 지금은 어렵더라도 언제 공약을 이행할지 등에 대해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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