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대통령실 출입기자 신청서로 요구한 신원조사서 일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대통령실 출입기자 신청을 받으며 기자의 재산(부동산·동산·채무), 친교 인물, 세부적인 가족관계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논란에 휩싸였다. 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인수위는 서식을 정정했다.
윤석열 당선자 대변인실은 3일 오후 새 정부 대통령실 출입기자 신청을 위한 ‘신원진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본인과 배우자, 미혼인 자녀의 부동산과 동산, 채무, 정당·사회단체 활동 내역, 해외 거주 사실, 부모·배우자·자녀·배우자의 부모의 직업과 직책 등을 명기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취재원이 노출될 수 있는 ‘친교 인물’의 정보를 적으라고 했고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이 있으면 이런 내용도 담으라고 했다. 문건의 마지막에는 “기재사항을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에 서명하도록 했다.
신원조사를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제공동의서’는 기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동의도 요구했다. 기자 개인에게는 △주민등록·가족관계등록부·공무원인사기록 △주민·범죄경력·수사·수배 조회자료 △출입국 자료 △토지·주택자료 및 자동차 등록원부 △소득 및 개인·법인 사업자 자료 △병적 자료 △금융기관 대출자료 등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했고 가족의 경우에도 ‘출입국 자료’나 ‘토지·주택자료 및 자동차 등록원부’ ‘금융기관 대출자료’까지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음을 고지했다. 인수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보 제공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신원조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안내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오찬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입 등록자료와 비교해도 과도한 요구였다. 현 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자료를 보면 신원진술서에는 가족관계와 경력, 외국 거주 사실 등을 묻긴 했지만, 재산이나 친교 인물을 기재하라고 하진 않았다. 인수위는 이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공간(국방부 건물)에 있어 보안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그럼에도 ‘공직 임용’ 수준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라는 요청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인수위는 “새 기자실은 기존 춘추관과 달리, 대통령 집무실과 동일 공간에 위치해 이전보다 강화된 보안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한층 보강된 신원진술서 양식을 공지하는 과정에서 내용확인 절차에 소홀함이 있었다”며 “약식 진술서로 대체해 제출해달라. 불편함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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