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의 새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왼쪽),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등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당선 11일 만인 3월20일에 집무실 이전 계획을 공식화한 뒤 졸속 이전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청와대에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낮 12시33분께 용산 새 대통령실 청사 중앙현관에 도착했다. 돌출된 현관 입구 처마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황금색 봉황 2마리와 무궁화 표장이 박혔다. 직원 300여명이 미리 나와 환영하자 윤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 일할 공간을 준비해, 오늘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게 돼 아주 기쁘다. 수고 많았다”며 “우리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이 나라를 위해 우리가 한번 신나게 일해보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열심히 해봅시다. 같이하실 거죠?”라고 하자 직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5층 보조 집무실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주 집무실은 2층이지만 한-미 연합훈련으로 2층에 있던 국방부 장관실 등의 이전이 늦어졌고, 외빈 환영 장소로 쓰일 강당 공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참모들도 일단 청사 6층에 짐을 풀었다. 공사가 끝나면 비서실장실은 대통령 주 집무실과 같은 2층에 배치되고, 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3층에 사무실을 둔다. 4~10층은 비서실 실무진과 민관합동위원들이 사용할 계획이다. 국무회의는 우선 7층에서 열리며 공사 뒤엔 2층에 국무회의실이 들어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까지 계속 이삿짐이 왔다 갔다 했고, 집무실 집기도 준비했다. 나머지 공간들이 아직 완전히 완비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0시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고 서초동 집으로 돌아갔고, 취임식 이후에 다시 집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봐야 했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서초동 집에서 집무실까지 6.4㎞를 출퇴근해야 한다. 다음달 초중순께 리모델링이 끝나는 한남동 공관에 입주하면, 거리는 3.6㎞ 정도로 단축되지만 대통령의 출퇴근은 계속된다.
이날 취재진과 직원들은 옛 국방부 청사 서문으로 출근했으며, 기자실은 1층에 마련됐다. 청와대에선 춘추관이라는 기자실이 청와대 업무동과 떨어져 있었지만 용산 대통령실에선 언론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대통령 주 집무실 바로 아래층에 기자실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날 경호처는 기자실로 들어오는 취재진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고 녹음과 테더링(인터넷 공유 기술)을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깔게 했다. 경호와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실 청사 내부에서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를 대신할 용산 대통령실 정식 명칭은 국민 참여로 결정된다. 오는 15일까지 명칭 공모를 하며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위원회를 꾸려 다음달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