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은 최고의 공무원들과 민간 인재들이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확 바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표방하면서 대통령실 광화문 이전과 함께 양대 공약으로 내건 민관합동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등 현안이 쌓이고 있지만 민관합동위 구성은 ‘감감무소식’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이 기구의 규모와 위상이 대폭 줄어들어 자문 기구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민관합동위는 애초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제를 대체할 기구로 제시했다. 수석비서관을 폐지하고 공무원과 민간인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위에서 국가 정책과 의제를 결정하겠다는 게 윤 당선자의 약속이었다.
윤 대통령의 공약집에는‘수석비서관 폐지’와 함께 ‘대통령실을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로 조직개편 한다고 되어 있다.
윤 대통령도 여러차례 민관합동위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27일 “과거 청와대는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참모들에 의해 국가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감염병 문제를 예로 들면, 청와대 참모들이 복지부랑 이런 데랑 얘기해 결정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미리 수용해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지난 3월20일에도 “청와대 직원 수는 좀 줄이고 민관합동위 회의실을 많이 만들어서 외부 전문가들이 정부 요인들과 함께 회의도 하고, 의사결정 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공약과 달리 윤 대통령은 민정과 일자리 수석 등 일부 수석만 폐지한 채 8수석을 5수석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실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숫자가 거의 줄이지 않고 수석 대신 정책조정기획관과 인사기획관은 새로 만들었다. 결국 상당수 수석실이 유지되면서 민관합동위의 활동 영역이 줄거나 수석 비서관들의 업무와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관합동위는 조직 얼개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아직 그림을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상태”라며 “위원회 조직이라는 게 효율적으로 돌아갈 때도 있지만 비효율적으로 굴러갈 때도 있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어떻게 할지 정리하면서 새로운 컨셉을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아직 민관합동위를 어떻게 운영할지 확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민관합동위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민관합동위를 소수정예의 자문단 형태로 운영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돈다. 정책 결정권이 없는 자문단 형태의 민관합동위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대한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 과정에서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건지에 대한 구상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정치외교학) 교수도 “지금 같은 추세라면 (공약과 달리) 자문위원회 등에 그치는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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