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공백 상태가 20일 이상 지속되자 국민의힘이 이번주 원 구성 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더불어민주당에 ‘마라톤 협상’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기능 조정 등 여당의 양보가 협상의 선결조건이라며 맞섰다. 두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오후 만나 협상을 재개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빈 손으로 헤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며 “민주당에 원구성 협상 마무리를 위한 마라톤 회담을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 이번 주 안에 반드시 담판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21대 전반기 국회는 지난달 30일 종료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국회의장단 선출과 국회 상임위 구성이 모두 정지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김기현(국민의힘)-윤호중(민주당) 원내대표 합의대로 후반기 국회부터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원내대표는 “여전히 ‘여의도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까지 다 가지려 하고 있다”며 “만일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하면 민심 이탈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꼭 가져와야 한다. 기획재정위원장 등 나머지는 양보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안 문지기’이자 ‘상원 상임위’ 격인 법사위와,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운영위의 상임위원장 자리는 ‘절대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국민의힘 제안에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당이 먼저 ‘양보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라톤이 아니라 100m 달리기나 철인경기도 좋다”며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양보안이 준비돼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 회의에서 “여당이 양보안을 내놔야 여야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여당이 오히려 야당의 양보만 기다리면서 무책임하게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양보안’은 체계·자구 심사권 제한 등 법사위 역할 조정이다.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국회법에 신설했지만 법사위의 권한을 더욱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3월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 여야 합의를 파기한 만큼 후속입법 협조 등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법사위 제도 개선이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중재했던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 관련) 합의안 준수 약속 등 여당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며 “‘선거에서 졌으니까 무릎 꿇어라’는 식의 태도로는 진전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원 구성 문제를 논의했지만 협상에 진전은 없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오늘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아직까지 의견이 다 일치된 건 아니다. 내일 또 만나고 의견들을 좁혀나가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은 “양당의 의견 차이가 매우 크지만 포기하지 않고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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