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이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이어 2019년 탈북 선원 북송사건까지 진상규명하겠다며 쟁점 확대에 나섰다. 경제 위기와 잇딴 인사 파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탓에 임기 초반임에도 국정지지도가 50%에 못 미치는 난국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전 정부의 ‘월북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정부는 월북몰이로 북한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에 2차 피해를 입혔다”며 “단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밝히는 게 인지상정이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진상규명하겠다”며 쟁점 확대에 나섰다. 그는 “정부가 극비리에 강제북송 추진하려다가 뒤늦게 사건 전모 드러난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숨겨야 했던 진실이 뭔지 어떤 과정과 절차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진상규명을 거론한지 나흘 만에 탈북 선원 북송사건까지 꺼내 든 것이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동해상으로 탈북한 북한 선원 2명을 나포 닷새만인 11월7일 판문점을 통해 되돌려 보낸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선장의 가혹행위에 반발해 선장을 포함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탈북했다면서 보호대상이나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진상 규명 티에프(TF)를 꾸리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21일에는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상보다 도박빚이 부풀려지는 등 (문재인 정부가) 월북이라고 발표하며 조작한 것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을 당 국제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국제위원회는 외국 정당, 사회단체, 국제기구와의 소통 창구 구실을 하는데,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태 의원은 2020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자료에 관해 “국민이 의문을 가지고 계신 게 있으면 정부가 거기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게 문제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 정권을 향한 여당과 대통령실의 대대적인 대북 문제 쟁점화에 관해 전문가들은 취임 초 저조한 국정동력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상황 속에서 경제도 난국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가 난국을 돌파할 방법은 지지율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북한 문제는 기존 지지층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했다’고 공격함으로써 전 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려 법적인 책임까지 지우려는 것 아니겠냐”며 “김건희 여사 논란 등 대통령실로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을 돌리는 의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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